[이슈&인사이트]특허박스제도 도입 시급하다

[이슈&인사이트]특허박스제도 도입 시급하다

미국이 1990년대 기술 및 서비스 기반 사회로의 전환에 성공하자 전 세계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토대로 한 ‘신경제(New Economy)’가 도래했다고 열광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혁신 능력과 특허가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꼽았다. 또 카우보이(개척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 양성과 오픈소싱 정책도 큰 힘이 된 것으로 풀이했다. 덕분에 실리콘밸리로 대변되는 미국 ICT기업들은 글로벌 경제공룡이 됐고 그들의 특허는 무기가 되고 있다.

특허는 글로벌 경제구조에서 일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특허권자가 ‘주거하기로 결정한’ 국가의 재산이다. 최근 조세회피처 국가로 특허를 이전하는 것도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 LG 등 글로벌 특허맹주 기업의 특허출원 비율도 국내가 1이라면 미국이 10으로, 해외에서 크게 늘고 있다. 이는 관련 제품의 시장 규모와 사업 극대화가 가능한 나라로 집중하는 자연스런 경제활동 결과다.

1973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프랑스, 헝가리, 네덜란드, 스페인, 룩셈부르크, 스위스, 영국 등 특허선진국에 이어 최근 중국까지 확대하고 있는 공통적인 특허정책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특허박스(Patent Box) 제도’다.

특허박스제도는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특허실시 제품의 소득에 감세·면세를 해주는 것이 주된 골자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순소득 중에 40%가 특허제품 소득인 기업은 30% 법인소득세율 국가에 주거하면 납세액은 30억원이 된다. 하지만 이 기업이 특허박스 제도 시행 국가로 주거지를 옮기게 되면 특허제품 소득은 40억원(특허박스제도 선행국가들의 일반적인 특허관련 소득세율인)의 10%로, 나머지 60억원은 30%로 소득세율이 적용돼 24억원만 지불하게 된다. 즉 6억원(약 26.7%)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경제부양 정책으로 감세·면세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특허기술 기반 글로벌기업에 특허 관련 세제의 감면 정책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영국이 특허박스 제도를 도입하자 영국에 5억파운드(약 8800억원) 투자 및 해외 주둔 특허를 영국으로 이전했다. 이유는 2013년 24%였던 GSK의 법인소득세율이 2017년에는 21%로 감소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예약서비스업체 프라이스라인(Priceline.com)은 네덜란드 ‘혁신박스(Innovation Box) 제도’ 수혜를 위해서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겼다.

특허소득세 감면 정책은 신기술 사업화에 필수요건인 (외국의) 엔젤캐피털 투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엔젤캐피털 시장이 활발한 (특허박스제도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할) 영국, 미국, 일본은 신기술 사업화 비율이 각각 70%, 69%, 54%인데 반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상기 국가들과 비교도 안 되는 우리나라는 기업 6.8%, 연구소 4.4%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특허박스 제도는 글로벌 특허기업들의 국내 영입과 신기술 사업화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제도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 특허 이전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의 50% 한시적 인하만을 제시, 대부분 대기업이 특허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중기에 실질적 혜택이 없고 세수 감소를 이유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목표를 정립한 후에 모든 세부사항을 이 목표 안에서 해결한다면 개선,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특허박스 제도의 목표를 △국내에서 특허를 기반으로 기술혁신과 관련 산업 성장을 가속하고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 △전 세계적인 특허기술의 선도국가 건립으로 잡아 현재의 한시적 세율인하 법령부터 개정하면 된다.

또 내국인으로만 특허이전 대상을 한정하고 특허 매입과 매도, 라이선스, 특허풀, 파트너십,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형태의 특허 이전과 사용 방법을 도입하면 된다. 정부가 나서 토종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설립해 대응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법인소득세 시스템은 이전 시대가 아닌 현 시대의 경제현황을 반영할 수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 ICT산업이 고임금과 특허분쟁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기술과 특허 확보가 선결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특허기술의 풀뿌리인 중소기업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세금제도, 대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중소기업의 혁신·특허를 취득하게 하는 세금제도, 더 나아가 중소기업들이 스스로의 혁신·특허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게끔 지원하는 세금 제도가 필요하다.

특허박스 제도 도입 결과 세수 감소 우려는 특허 시장이 태동도 되지 않아 예상 감소액 추산조차 불가능한 국내 현실에 대해서 지나친 아전인수로 인한 기우라고 본다. 설사 세수감소가 되더라도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인 각 정부와 기관의 전시행정 사업들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예산 일부분만 줄여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더 중요한 문제는 △특허박스 제도 도입 이전에 발생한 특허관련 소득에도 소급적용 여부 △특허실시품과 특허 자체 중에 인하세율 적용 대상 선정과 방법 △기능적으로 무관한 특허의 제품 적용이나 상업적으로 무관한 특허 독점실시권 허가 등의 특허박스 제도 수혜를 위한 모략 근절방법, △영국의 특허박스 제도에 반대한 독일 재무장관이 주장한 회원국가에 피해를 주는 세금 농간(tax shifting)을 위법으로 규제한 OECD의 2013년 Action Plan point5 준수 방법 등이다.

이 외에도 특허박스 도입은 중기청, 국세청, 특허청, 관세청, 경찰청, 감사원, 국정원 등의 공무원뿐 아니라 관련 민간 전문인력 일자리 창출도 이뤄낼 수 있다.

신피터경섭 법무법인 바른·미국 특허변호사 peter.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