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채 한성더스트킹 사장은 회사는 작지만 이미 유명인사다. 회사 이름 그대로 집진기 분야에서 ‘왕’으로 통한다. 공장 내 분진으로 고민해 본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연일 러브콜이다. 기존 집진기와 달리 크기는 작고 필터 수명은 길어 비용도 적게 드니 입소문을 타고 알아서 찾아온다.
최 사장은 “목재나 쇠를 가공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과자와 라면을 만들 때도 분진이 발생한다”며 “예전에는 분진을 당연한 듯 여겼지만 요즘은 생산성 향상, 근무환경 개선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1987년 H중공업에서 잘 나가던 엔지니어이던 그가 사업을 시작한 데는 사실 종교적 이유가 컸다. 직장 생활로는 저개발국가를 돕는 데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술력 하나만 갖고 회사를 나왔다. 실제로 그는 수입의 대부분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저개발국가에 교회와 신학대학을 세우는 데 쓴다.
최 사장은 “처음에는 분야도 넓고 변화무쌍한 경영환경 탓에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며 “석유화학 영업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기회는 최 사장이 1990년 L기업 석유화학공장 내 집진기 고장의 해결사로 나서면서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기본에 충실한 방식이 적중했다. 문제가 해결되자 L기업 도움으로 직접 집진기 개발에 나섰다. 공장 분진은 당연한 것이었고 집진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당시 산업계 분위기를 감안할 때 자체 모델 개발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최 사장은 집진기 브랜드화를 결정하고 ‘더스트킹’이라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들고 나왔다. IMF 구제금융 시기를 갓 넘긴 2002년이었다.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다.
‘더스트킹’은 간단한 모듈형 집진기다. 현장에 맞게 용량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필터를 세우지 않고 옆으로 눕혀서 집어넣는 방식을 채택해 크기를 5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모듈 형태라 기존 집진기 설계와 제작에 한 달 가까이 걸리던 것을 5일로 단축했다. 모듈 타입이나 필터 교체 방식 모두 특허다. 출원 중인 것까지 더하면 집진기 하나에만 특허가 30건이다.
최 사장의 경영방침은 기술 중심 영업이다. 기술개발이 아닌 로비를 위한 지출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신조다. 성장이 더디기는 하지만 믿고 쓸 수 있어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된다. 2008년에는 집진기만으로 수출 100만불탑을 받기도 했다.
협력업체 등록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발전회사도 모두 고객이 됐다. 지난 2008년 한국동서발전 호남화력발전소를 시작으로 남동발전 영흥화력, 중부발전 보령화력, 서부발전 태안화력, 남부발전 하동화력 발전 5사 발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최 사장은 “매출도 중요하지만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설비로 감동을 주는 회사가 목표”라며 “고객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
사진=박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