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한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은 정부가 얼마나 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대변한다. ‘시기적인 실효성’ 때문에 추경을 편성하지 않았을 뿐 다른 문제가 없다면 편성이 필요할 만큼 상황이 긴박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세 지속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순환상 회복 국면에 진입해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당초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경기 회복 모멘텀이 미약한 것은 겹겹이 쌓인 구조적 문제가 표출되면서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임금상승 둔화로 가계소득 부진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중소기업 경영난으로 확대됐다. 금융기관에 팽배한 보신주의로 시중 자금 흐름이 경색됐고 실물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과다한 가계부채는 소비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거기에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핵심생산인구(25~49세) 비중 감소로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과다 흑자 패턴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과 비슷하다는 평가다. 잃어버린 20년은 일본에서 버블경제 붕괴 이후 1991년부터 2011년까지 계속된 경제 침체를 말한다.
정부는 1%대 저물가 지속으로 경상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돼 기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고용·임금·가처분소득이 둔화되는 등 민생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2년 11월 이후 올해 6월까지 물가상승세는 20개월 연속 1%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상성장률은 2001~2008년 7.2%를 보였지만 2012년 3.4%, 작년 3.7%에 머물렀다.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는 축소 균형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상황의 조속한 반전을 위해 종합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 경제·사회 전반 분위기를 일신한다는 목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걱정스러운 점은 우리 경제가 겪는 어려움이 조금만 참고 견디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라며 “그동안 쌓여온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가 가계와 기업 활력을 앗아가고 내수 부진을 고착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