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절기 상 중복(中伏)이다. ‘복(伏)날’은 음력 6월과 7월 사이에 들어 있는 세 번의 절기로, 하지(夏至)와 입추(立秋)를 기준으로 초복, 중복, 말복을 정한다. 초복은 하지를 기점으로 첫번째 경일(庚日), 중복은 세번째 경일이다. 말복은 입추를 기점으로 첫번째 경일이다.
초복, 중복, 말복을 합쳐 부르는 ‘삼복(三伏)’ 기간은 여름 중 가장 더운 시기로 꼽힌다. 폭염이 이어지면 ‘삼복 더위’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처럼 무더운 날이 이어지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예부터 보양식을 만들어 먹어온 전통이 있다.
대표적인 복날 보양식이 삼계탕과 보신탕이다. 두 음식 모두 한의학적으로 열이 많은 음식에 해당한다. 더운 날 뜨거운 음식을 먹는 셈인데, 이른바 ‘이열치열(以熱治熱)’ 효과를 위한 것이다.
여름에 속병이 생기는 이유는 외부 기온이 올라가지만 체내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열이 많은 음식을 먹어 이 온도 차를 보완하는 게 여름 보양식 개념이다.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고기를 먹어 체력을 보충하려는 목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와 오리고기는 차가운 성질을, 닭고기와 개고기는 뜨거운 성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닭고기, 개고기를 넣고 끓인 삼계탕과 보신탕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단, 뜨거운 성질의 고기라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금물이다. ‘동의보감’에도 한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개고기와 마늘을 함께 먹으면 눈이 멀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과도한 열기가 올라와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고야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복날 음식은 음양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보양식도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이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름철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분석하면 여름철 건강식의 조건도 알 수 있다. 한의학에서 여름철 위협 요인으로 경고하는 세 가지는 △기력 상실 △과도한 땀으로 인한 체액(진액) 손실 △외부와의 온도차, 찬 음식 섭취로 인한 내장 기능 저하다.
여름철에는 이런 문제를 보완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인삼이나 황기는 떨어진 기력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한약재다. 보양식의 주재료 대부분이 고단백 식품인 것도 영양을 보충해 기력 저하를 막아보려는 노력과 관련이 있다. 최근 삼계탕과 보신탕 외에 전복과 낙지가 보양식으로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단백 식품이라 하더라도 소화가 잘 되는 재료를 고르는 것이 좋다. 기력을 보충하려다 속을 망가뜨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 전복은 환자식으로 쓸만큼 소화·흡수율이 좋아 이런 조건을 잘 충족한다는 평가다.
보신탕 재료로 개고기가 선택된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최 연구원은 “개고기도 인간이 가장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고기 중 하나”라며 “고단백이면서도 소화가 잘되는 고기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보양식 외에 여름철 대표 처방으로 제호탕(醍湖湯)과 생맥산(生脈散)을 추천했다. 둘 다 여름철 땀으로 인한 기운 소모를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로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
제호탕은 매실, 사인, 초과, 백단향으로 이뤄진 처방으로,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소하는 데 좋다. 냉장보관해서 마시면 청량음료보다 맛과 향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실을 비롯한 네 가지 성분 모두 동물 실험에서 소화 기능 향상·유해 세균 살균 작용이 탁월한 것으로 입증됐다. 여름철 배탈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셈이다.
특히 매실은 전체 한약재 중 살균 작용이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전염병이 돌 때 매실을 약으로 쓰던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요즘도 식중독 예방과 소화 불량 해결에 매실 원액을 자주 쓴다.
생맥산에는 인삼, 맥문동, 오미자가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인삼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위로 쇠락한 기운을 북돋우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맥문동과 오미자는 땀으로 배출된 진액을 보충하기 위해 넣는다. 또 인삼에서 뻗어 나오는 열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해 전체적인 약재 궁합을 맞춰주기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생맥산을 두고 ‘약맛이 쓰지 않고 담담하며 새콤하다’고 하여 여름철 물 대신 마시기를 권했을 정도다.
한약이나 보양식 모두 성분을 하나씩 뜯어보면, 무더위로 깨질 수 있는 신체·영양 균형을 잡아주는 데 궁극적 목표와 원리가 있다. 좋은 음식을 찾아먹는 것에 앞서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조심해 소화기를 보호하고, 무리한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임을 알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여름철 건강관리는 기운, 체액, 소화 기능 관리를 잘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 세 가지를 잘 관리하면 큰 문제없이 여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