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연구현장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정책은 또 지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도 자주 바뀌고 제대로 된 연구가 될리 없죠.”
올해로 국가 R&D를 34년째 수행해온 김홍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소재연구실 책임연구원의 훈수다.
김 책임은 여러 분야의 연구에 발을 담그긴 했지만,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처리분야 전문가로 이름이 나 있다.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뒤 KAIST에서 재료공학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병역특례를 위해 들어간 첫 직장이 동력자원연구소의 전신인 태양에너지연구소였습니다. 종합에너지기술연구소(현 에너지기술연구원 모태)와 기관이 합쳐지면서 동기가 10명이나 있었는데 모두 유학다녀온 뒤 교수직으로 진출했습니다.”
김 책임은 “부럽지 않다”고 했다. “연구환경이 대학보다는 출연연이 낫기에, 지금도 잘한 선택으로 생각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교수들을 일컬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부릅니다. 중소기업 CEO처럼 고민이 많아 붙여진 별명입니다. 얘기 들어보면 과제 따랴, 학생 취업시키FI 이만저만 머리아파 하는 게 아닙니다.”
김 책임의 제대로 된 첫 연구과제는 ‘단열재 열화연구’였다. 개발 기술이 상용화되진 못했다.
두 번째 잡은 과제는 건물의 벽체단열특성연구였다. 이어 정저항온도계수소자(PTC)에 손을 대 상용화가 손에 잡힐 듯했으나, 디젤차 가열 방식이 바뀌면서 끝내 빛은 못 봤다.
“전기전도콘크리트도 러시아 한인의 기술지원을 받아 만든 뒤 벽산건설에 기술이전까지 했지만, 아파트 전기용량 문제가 튀어나와 확산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어 손을 댄 것이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제거장치 연구다. VOC는 특성상 액체지만, 상온에서 기체로 변하기 때문에 인체에 흡수될 경우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오존층 파괴도 일으키기 때문에 VOC제거장치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VOC흡착기에 쓰이는 소재가 없어 수입해 쓰면 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뜻대로 안됐습니다. 선진국들이 연료소재 반출 자체를 막아 결국 3년간 고생하며 소재를 직접 만들었죠. 세라믹 종이가 그래서 나왔죠.”
국내 처음 세라믹 파이버를 주성분으로 하는 세라믹 종이와 이를 소재로 하는 허니제조기술 등이 나온 배경이다.
김 책임은 흡착제거 기능만 있던 세라믹 로터에 촉매연소기능을 더해 세계 최초로 하나의 세라믹 로터에서 흡착농축과 촉매연소가 동시에 가능한 소형 VOC제거장치를 설계했다. 이 장치는 엔에스크리스탈에 기술이전돼 제일모직 여수공장에 설치, 운전 중이다.
기술이전 실적으로는 엔에스크리스탈 외에도 엔퓨텍, 지리산한지 등이 VOC 흡착제거기술과 광촉매 종이 제조기술을 상용화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