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3>CEO는 스스로 모범이 돼야 한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3>CEO는 스스로 모범이 돼야 한다

모바일, 소셜 미디어, 데이터 마이닝, 가상현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최신 정보기술(IT)은 어느 회사엔 최고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최악의 재앙도 될 수 있다.

최고경영자들이 이런 중요한 일을 아래 전문가에게 위임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잘 모르기 때문에 위임해 버린 일은 근본적으로 잘 추진되기 어렵다. 그래서 최고경영자들은 IT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소비자, 고객들은 익숙하게 IT를 활용해 쇼핑하고 있는데, 막상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최고경영자는 10년 전에 영업담당 상무 시절 술 먹던 얘기만 하고 있는 격이다. 또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는 학생이 전교 1등하기 어려운 것처럼 귀찮고 짜증나는 과목도 꾹 참고 공부를 해야 한다. 외부의 최고경영자 과정에 다니는 것도 방법이지만, 자체적으로 CIO를 통해 차근차근 배우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CIO와 대화를 나누고 또 회사 IT의 문제점도 파악할 수 있고 CIO의 자질도 판단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CIO가 정기적으로 사장이나 임원들에게 IT교육을 시키게 되면 CIO 스스로도 공부를 하게 되고, 이러한 노력이 다른 임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가 돼 자연스럽게 IT와 현업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CEO 입장에서는 회사 현안이 산적해 있고 정신없이 바쁜데 한가롭게 IT교육을 받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하겠지만 전 사적으로 의미하는 바 크다. 회사가 크든 작든 CEO는 바쁘다. 어떤 은행장은 아침 7시에 출근하면 이미 본부장들이 행장실 앞에 결재판을 들고 기다라고 있다고 한숨 쉬는 것을 봤다. 심지어 화장실 다녀 올 틈이 없다고까지 하소연하는 판에 IT 공부할 틈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 할 수 있다.

CEO의 근무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정신없이 분 단위로 업무를 휘몰아치는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책상 깨끗이 치우고 연필만 까딱거리면서 많은 시간을 생각에 잠겨 보내는 스타일도 있다. 사장이 한 달의 절반을 해외에 나가 있는 회사도 있고, 오후 6시면 ‘칼퇴근’하는 사장도 있고, 밤 12시까지 일하는 사장도 있다. 어느 스타일의 리더십이 가장 좋은지는 정답이 없다. 회사마다 경영상태가 다르고 고유의 직장 문화가 있고 사장의 개성이 있고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CEO의 다양한 스타일을 그저 단순하게 IT를 잘 활용하는 CEO와 IT를 잘 모르는 CEO로 나눠 보자. 어느 쪽이 더 바쁘고 어느 쪽이 더 힘들게 일하고 있을까?

가끔 오너나 연세가 많은 스타급 CEO들이 페이스북이나 사내 메신저를 잘 활용하고 있으면 그것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곤 한다. 직원들은 아침·저녁으로 당연하게 쓰고 있고, 안 하면 밥 안 먹은 것처럼 허전해 하는데 윗분들은 그것도 일부 CEO들만 마치 첨단 IT를 쓰고 있는 것처럼 자랑한다. 자기 스스로가 IT를 활용하지 않으면 보좌하는 임직원들이 힘들어 지고 일정·메일·보고·결재에서 시차가 발생하게 된다. 하루 종일 회의하고 짬짬이 불려 나가서 결재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이건 자업자득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일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건 산업사회의 유산이다. 호루라기 불면서 교차로에서 교통정리하고 나면 결국에는 자기는 하루 종일 교차로에 서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CEO는 스스로의 업무 효율을 올리는 각종 IT 툴(도구)을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을 모범으로 보이면서 다른 임원들에게도 보다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임원들도 팀장이나 팀원들에게 솔선수범해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업무에 IT를 활용하라고 몰아 부치면 임원들은 싹 빠지고 팀장· 팀원들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형태의 이중 보고를 하는 사례도 있다. 임원들이 나이가 들고 오래 근무하다 보면 업무는 많이 알고 있지만 타성에 젖어 있는 때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 없는 회사는 더 심하다. 이런 회사일수록 CEO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면서 앞장서지 않으면 칙칙하고 무기력한 임원회의 분위기를 바꾸기 어렵다. CEO는 CIO에게서 배우고, CEO는 임원들에게, 임원은 팀원에게 솔선수범해야 한다. 개인의 생산성과 회사의 생산성을 올리는 IT를 서로 경쟁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면 회사가 모든 부문에서 훨씬 더 역동성을 띨 것이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