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올림, 백혈병 피해 5차 협상…간극 더 벌어져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근로자들의 백혈병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어느덧 다섯 번째를 맞았지만 오히려 간극이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식사과를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협상에 진척을 못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30일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양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5차 협상을 가졌다. 최근 양측은 약 2주 간격으로 실무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5차 협상은 양측 모두 대화 진전에 강한 의욕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지난 16일 열린 4차 협상이 4시간 넘게 진행됐으나 양쪽의 이견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삼성 측 대표로 참석한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협상 시작에 앞서 “(삼성전자의) 사과에 대한 (피해자) 가족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문제 해결 노력을 성실하게 설명하려 한다”며 “반올림 측도 전향적으로 임해서 협상에 진전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는 협상장에 들어가며 “오늘은 삼성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성실하게 임했으면 한다”고 협상 진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날도 장시간 협상을 가졌음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황 씨는 “삼성에 실망했다. (삼성은) 보상 문제만 얘기하고 다른 것은 진전이 없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 씨는 “삼성이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했으면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백 전무는 “반올림은 자신들이 절반 이상을 추천한 사람들로 외부 감사단을 설치할 것을 거듭 주장했다”며 “이는 ‘반올림 위원회’를 사내에 상시 설치하라는 요구로 수용이 어렵다”고 반박했다.

백 전무는 어려움이 있지만 협상 조기타결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진전 안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서로 차이점을 확인하고 논점을 짚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측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측은 다음달 13일께 6차 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