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300억원대 규모에 이르는 히트펌프 보일러 보급 사업이 다음 달 시작된다.
향후 10년간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시장이다. 보일러·에어컨 업계 각 3사가 주도권을 놓고 대격돌을 펼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축열식 히트펌프보일러 보급사업’ 예산과 지원금을 확정하고 다음 달 4일 공고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4개월여간 지원 예산으로 3000대분 75억원을 책정했다. 설비용량 10㎾ 제품은 200만원, 15㎾ 제품은 250만원을 지원금으로 책정했다. 업계는 설치비를 포함해 제품 가격을 대당 1000만~1300만원으로 본다. 가정·영업소에서는 750만~1100만원에 제품을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대상은 차상위계층 등 일부 신규를 제외하고는 기존 심야전기 보일러 이용 고객(가정·사업장)이다.
이번 사업은 보일러업체와 에어컨업체의 한판 대결로 관심을 끈다. 한국전력은 보일러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귀뚜라미·경동나비엔·대성히트펌프와 에어컨 경쟁력이 뛰어난 LG전자·삼성전자·오텍캐리어를 보급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
보일러업계는 대상 제품이 ‘보일러’인 만큼 주도권을 쥘 것으로 확신한다. 히트펌프보일러는 보일러와 냉동공조 기술 모두를 갖춰야 하고 보일러 시장 나름의 유통망 확보를 강점으로 꼽는다.
반면에 가전업계는 히트펌프 보일러 핵심이 공조기술로 이는 에어컨 기술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히트펌프보일러는 에어컨의 반대 구조로 에어컨의 핵심인 공조기술에 기반을 두고 냉방이 아닌 난방 환경을 구현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기술 우수성을 적극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심야전기보일러는 심야 시간의 유휴전력으로 전기히터를 가열해 온수를 저장했다가 이를 낮 시간 동안 난방한다. 히트펌프보일러는 냉매를 압축시켜 저온 열을 고온으로 만들어 난방하는 보일러다. 히트펌프보일러의 일일소비전력량은 105㎾h로 심야전기보일러(180㎾h)보다 42%가량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뉴스해설】
산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히트펌프보일러의 심야보일러 대체 규모로 약 30만대를 내다본다. 금액으로는 3조원에 달한다. 현재 보급돼 있는 50만여대 가운데 60%가량을 교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소비자가 가격대가 높은 히트펌프 보일러를 선택할지는 명확지 않다. 현재 보급돼 있는 심야전기보일러 가격은 설치비를 포함해 대략 480만원이다. 반면에 히트펌프 보일러는 1000만~1300만원으로 500만원 이상 가격 차이를 보인다. 한전 보조금(200만~250만원)을 고려해도 300만원 이상 비싸다. 가정에서 보일러 사용 전기요금을 연간 100만원으로 본다면 히트펌프 보일러 사용에 따른 비용절감 규모는 대략 40만원 선에 그친다. 결국 7~8년 이상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히트펌프 보일러를 구매하게 되는 셈이다. 연간 수백만원의 난방비를 내는 목욕탕·숙박업소 등에서는 히트펌프 보일러를 선택하겠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히트펌프보일러를 선택할지를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보급지원에 나서는 한전은 대체 시장규모로 약 14만대로 본다. 2조원이 안 되는 시장규모로 에너지 다소비 가정·사업장에서만 교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시장 확대 여지는 많다. 에어컨업계가 뛰어든 만큼 보급형 모델 등 저가 모델이 등장하는 사례다.
한전 관계자는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제품가격 인하 추이와 실제 수요 등을 반영해 내년 지원규모를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야전기보일러와 히트펌프보일러 비교 ※자료:한국전력>
김준배·유창선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