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가 ‘위험인물’을 간주하는 기준은?

[테크홀릭] 지난 2011년 9월 11일 동시 다발적으로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 정부는 테러 대책이라는 명목 하에 미국 애국법(The USA PATRIOT Act of 2001)을 만들었고 오바마 정권에선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통과시켜 미국 내 국민 감시 태세를 강화해왔다.

美 정부가 ‘위험인물’을 간주하는 기준은?

하지만 테러리스트 뿐 아니라 테러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링 대상자 등록 목록에 올릴 모니터링 기준이 밝혀져 눈길을 끈다.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야르가 설립한 인터넷 미디어인 더인터셉트(The Intercept)는 오바마 행정부가 작성한 와치리스팅 가이든스(Watchlisting Guidance. 대테러용 감시 대상 지정 지침)라는 테러 방지를 위해 요주의 인물을 지정해 모니터링 하에 두기 위한 판단 기준을 정리한 문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국가테러대책센터가 2013년 3월 작성한 166페이지짜리 문서로 주요 테러리스트 정보 뿐 아니라 모니터링해야 하는 인물을 선정하는 기준 등이 설명되어 있다.

특정 인물을 모니터링할 기준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모호함을 남겨 개념에 의존하는 운영체제가 보여주고 있다. 의심이 합리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건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목록에 올리는 것 자체는 재량의 여지가 큰 게 분명하다. 또 지침은 신뢰할 수 없는 정보에 따라 감시 대상을 지정하는 건 금지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품는 근거로 움직이지 않을 증거나 구체적인 사실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혀 자의적인 모니터링 지정 예방은 어려워 보인다.

또 합리적 의심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도 특정인을 감시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는 허점 같은 예외 규정도 있다. 예를 들어 테러 활동에 참여했는지 확인할 수 없어도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인물과 어떤 관계가 있을 경우 모니터링 대상으로 삼아도 된다는 것. 그러니까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인물의 휴대폰 전화번호부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니터링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목록은 미국 정부 기관 뿐 아니라 외국 정부나 지방 정부, 일부 민간 기업에도 공유되기 때문에 한 번 목록에 등록되면 비행기 사용을 거부당하거나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 목록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는 막연하다. 사망했다고 해서 목록에서 삭제되는 것도 아니라고.

2011년 9월 11일 테러 발생 전에 미국 정부가 비행 금지 목록에 지정해뒀던 인물은 불과 16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니터링을 통해 비행 금지 목록에 이름을 올린 인물 수는 수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경우 비행 금지 목록에 포함된 인물의 가명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5번이나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너무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한 지침은 테러 활동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선량한 시민을 감시 대상으로 만들어버릴 위험 뿐 아니라 정작 모니터링해야 할 테러리스트 존재는 군중 속에 파묻히게 되어버리는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원영 IT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