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시황 탓에 최근 수년간 신규 설비 투자를 주저했던 국내외 디스플레이 업계가 하반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설비로 투자를 재개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차기 승부수를 띄우자 중국·대만 등 해외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투자 대열에 속속 합류했다. 후방 장비 업계는 지속된 설비 투자 가뭄 속 ‘플렉시블 단비’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달 6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관련 설비 투자를 마무리한 데 이어 LG디스플레이·BOE·AUO 등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오는 10월께 구미 공장 6세대(1500×1850㎜) 플렉시블 설비 투자에 들어간다. 월 1만5000장(원장 투입 기준) 규모의 생산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절반 수준인 7500장 규모 선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나머지는 에지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LG전자 스마트폰 ‘G플렉스2’ 출시 시점에 따라 투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A3 설비 투자를 마무리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4의 플렉시블 기판 적용이 변수로 꼽힌다. 갤럭시노트4 가운데 80만~100만대가 플렉시블 기판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제품의 연말 판매 추이가 2단계 설비 투자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점쳐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향후 플렉시블 투자는 갤럭시노트4 판매 추이와 에지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갤럭시S6 적용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초 A3의 2단계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업체들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도 하반기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BOE는 오르도스 지역에 건설한 5.5세대(1300×1500㎜) 공장(B6)에 적용할 추가 장비를 발주한다. 현재 월 4000장 규모 저온폴리실리콘(LTPS)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을 양산 테스트 중이며 테스트가 끝나면 곧바로 추가 투자로 이어진다.
2단계 투자는 기존 월 4000장 규모 생산능력을 2만6000장으로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다. 이와 함께 BOE는 기존 LTPS OLED 라인을 플렉시블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동시 추진 중이다. 올 4분기 4000장 규모 플렉시블 생산 설비 투자가 예정됐다.
대만 AUO도 오는 9월 3.5세대(620×750㎜) 월 1000~2000장 소규모로 파일럿 플렉시블 설비 투자에 나선다.
하반기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집중되면서 국내 장비 업체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TPS TFT가 적용된 능동형(AM) OLED 패널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많이 적용되면서 관련 업체들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장비 업체 비아트론은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 LTPS 열처리 장비를 납품했다. 이 회사는 올해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했다. 주성엔지니어링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장비를 지난 6월 대만에 처음 출하하면서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플렉시블 설비 투자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며 “연말 출시되는 플렉시블 제품의 소비자 반응과 판매량에 따라 추후 장비 업체들의 수혜 정도가 더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업계 종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