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진흥기금 재정난 심화…내년 사업비 23% 축소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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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진흥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직면하면서 내년도 과학기술 진흥 사업비가 20% 이상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일부 사업 예산을 일반회계로 분류해 사업 규모를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기금 지출을 줄이고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내년 과기진흥기금 사업비 운용 규모는 올해 817억원에서 23% 삭감된 627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매년 기금에서 상환해 온 국채 상환·이자액과 고정 사업비를 감안할 때 이보다 많은 돈을 썼다가는 기금이 실제로 고갈되기 때문이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학술활동 지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국제교류 지원, 한국과학창의재단 지원 등 주요사업 예산을 약 27%씩 일괄 삭감해야 한다. 복권위원회 ‘두드림프로젝트’가 신규 편성 사업으로 추가되면서 개별 사업비 삭감 폭이 전체 삭감 폭보다 더 커졌다.

이에 따라 각 기관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업들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총 학술활동지원 사업은 300여개 과학기술 관련 학회가 지원을 받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 별도 예산을 책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낙관하기 힘들다. 미래부는 과총 학술활동지원 사업 등 4개 사업 249억원 규모의 예산을 일반회계로 분류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청해놓았다. 이들 사업 모두 지난 2003년 일반회계에서 기금으로 넘어왔고, 지속성이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일반회계 사업의 기금 편성은 과기진흥기금 고갈의 주원인으로 지목돼 왔지만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실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위기가 커진 만큼 이번에는 일부라도 환원해야 한다는 게 미래부의 시각이다. 기재부는 8월 초 예산 편성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과기진흥기금은 2006년 5120억원까지 사업비가 늘기도 했지만 매년 줄어 올해 처음 1000억원대가 무너진 817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적자가 계속되면서 종잣돈이 바닥을 드러낼 위기다.

가장 큰 원인은 일반회계 사업 등에 기금이 과도하게 지출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003년부터 과학관 건립 등 일반회계 사업 예산이 기금에서 지출되며 재정난이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기금에서 지출된 일반회계 예산이 15개 사업 1조2980억원에 이른다. 예산 규모를 늘리기는 곤란하고 들어갈 돈은 많으니 일단 기금을 끌어다 쓴 셈이다.

여기에 2004년 과학기술혁신본부 사업을 추진하며 빌려 쓴 국채의 이자와 원금 상환마저 기금으로 때워 왔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쌓인 총부채가 6777억원에 이른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처 간 합의가 이뤄져 내년부터는 상환액을 분담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기금 고갈 주범으로 남아 있다.

미래부는 일단 재정에 숨통이 트여야 융자 사업 등 수입원을 안정화하는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으로는 사업비를 쓰기에도 벅차 이전에 기금에서 진행하던 펀드와 융자 사업 등을 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과기진흥기금 사업비 지원 추이 / 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 과기진흥기금 사업비 지원 추이 / 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