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신시장이 열린다]<2>`네가와트(Nega Watt)`발전

대형마트 A시설 담당자 윤모씨는 2012년 말 수요관리사업자 B와 13년동안 부하감축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내용은 수요관리 사업자인 B가 전기절약을 요청할 때마다 약속한 100㎾를 줄이면 보상금을 받는 것이다. 단 수요관리사업자는 연간 60시간에 한해서만 전기절약을 요청하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김성철 벽산파워 이사가 에너지수요관리솔루션 에너글을 통한 수용가 실시간 전력사용 모니터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철 벽산파워 이사가 에너지수요관리솔루션 에너글을 통한 수용가 실시간 전력사용 모니터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후덥지근한 날씨가 지속돼 아침부터 전력수요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력거래소는 오후 1시 30분에 수요관리사업자에게 2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전력부하를 감축하라는 지시를 발령했고, 수요관리사업자는 즉시 윤씨에게 전기절약 요청 문자를 발송했다.

윤씨는 사업자와 약속한대로 우선 마트내 냉방을 줄이고, 전등을 일부 소등한다며 적극 참여에 달라는 사내 방송을 10분단위로 시행했다. 마트 설비를 조정할 수 있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에 접속해 사업자와 정한 매뉴얼에 따라 차근차근 설비를 조정했다. 고객이 쇼핑하는데 불편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사내방송을 통해 전기절약의 필요성을 공지하자 항의도 많이 줄었다. A마트는 연간 10여일 전기절약으로 받는 보상금으로 내년에는 3층 주차장의 형광등을 LED로 교체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수요관리사업에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참여한다면 주차장 전체를 LED로 교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최대 수요관리사업자 김성철 벽산파워 이사는 “수요관리사업자 입장에서 정부의 2017년 수요관리사업 목표 190만㎾, 약 3000억원 시장보다 더 커지길 바라지만 이정도 목표만 해도 당장 사업을 추진하는데 충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수요관리시장의 전신인 지능형DR사업 때부터 이어져온 전기절약 이행자와 수요관리사업자와의 수익배분률 7대 3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라는 것이다.

절약한 전기를 거래하는 수요관리사업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사업·에너지컨설팅 등과 같은 시장과 계속 연계된다. 벽산파워는 에너지효율화·에너지컨설팅·수요관리 등 에너지 관리를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했다. 자체 개발한 에너지관리솔루션 ‘에너글’을 연계해 수요자원을 지능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벽산파워는 감축 지시를 내리거나 이를 이행했는지 확인하고 에너지 감축량을 분석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너글과 수요자원을 연계해 감축량을 결정하는 기준인 고객기준부하(CBL) 관리, 시간별 전기요금에 따른 효율적인 운영 방안 등까지 함께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부하관리사업자에서 벗어나, 스마트그리드 사업화를 위한 에너지 컨설팅 기반의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수요관리전문회사로 크는 것은 물론이요 자체 솔루션도 개발·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관리시장 확대와 더불어 솔루션사업도 클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사업이 더욱 커지면 사업장 또는 공장, 부하관리 설비별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포착, 이에 대한 디테일한 솔루션과 제어설비 등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2월 수요관리시장이 개설되면 제2, 제3의 벽산파워가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전력 수요관리(네가와트 사업) ‘돈된다.’

전력 수요관리사업은 ‘네거티브(Negative)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도입된 신시장이다. 일명 ‘네가와트 발전’이라고 부른다. 사업자가 전기소비 절감량을 전력시장에 입찰해 발전소와 가격 경쟁, 낙찰시 감축정산금을 통해 수익을 만든다. 빌딩·공장과 계약을 맺고 수요 감축이 가능한 설비를 확보해 전력 시장에 수요 감축량과 가격을 입찰한다. 빌딩·공장 등 수용가는 사업에 참여해 전기를 줄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

수요관리사업에 참여하는 수용가에는 용량정산금이 지급돼 1년 내내 전기절약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도 일정 수익이 보장된다. 감축을 시행하면 감축정산금이 생겨 수익이 늘어난다.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다. 수 조원을 투자해 발전소를 지어야 참여할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셈이다.

시장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는 한국형 수요관리시장 시스템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수요관리시장 운영을 위한 IT 인프라가 잘 돼 사업에 용이하고 실적을 만든 후 동남아 등 개도국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최근 전력 수급이 안정화됨에 따라 전력수요관리 상시화, 수요관리시장의 자생적 성장을 위해 시장 중심으로 재편했다. 오는 2017년까지 수요관리자원을 원전 2기 분량인 190만㎾를 확보하고 재정기반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네가와트 시장으로 흡수할 계획이다.


수요관리사업 참여자 예상수익

-용량정산금 단가 년간 ㎾당 4만5000원 기준

-감축정산금 단가 ㎾당 400원 기준

-감축지시 예상시간 80시간 기준

-부하관리사업자와 수요자원간 배분율은 30:70 기준(협의 후 결정)


[자료:벽산파워]

[에너지 신시장이 열린다]<2>`네가와트(Nega Watt)`발전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