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규제개혁은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서 출발해야

[창조경제포럼]규제개혁은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서 출발해야

사람이 탈 수 있는 최초의 자동차는 1771년 프랑스 니콜라스 조셉 쿠노가 만든 증기자동차다. 이후 영국이 증기자동차를 최초로 상업화했다. 당시 차는 부피가 크고 속도도 빨라 위협적이었다. 자동차 사고도 자주 발생했다. 1834년에는 차가 전복되면서 증기엔진이 폭발해 화부와 승객 두 사람이 현장에서 숨을 거둔 일이 일어났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검은 석탄 연기는 길가의 빨래를 더럽혔고, 무쇠로 만들어진 바퀴가 도로를 파헤치면서 주민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자동차와 경쟁 관계였던 마차 업주와 기차회사의 의회 로비까지 겹쳐 자동차 규제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1865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적기조례(Red Flag Act)’라는 규제를 발표했다. 조례에 따르면 자동차에는 세 명의 운전사를 태워야 했다. 이 중 한 명은 낮에는 붉은 깃발, 밤에는 붉은 등을 가지고 전방 55m 앞에서 자동차가 오고 있다고 행인들에게 경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자동차 최고속도는 시속 6.4㎞ 이하, 특히 시가지에서는 시속 3.2㎞로 제한했다. 길에서 말을 만나면 자동차는 반드시 멈춰야 했다. 이 제도는 1896년까지 이어졌다. 규제로 영국 자동차 산업은 위축됐고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미국에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영구히 내주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부터 현장 중심으로 규제과제를 발굴하고 관련 부처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잘못된 규제가 가져올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미래부는 현장의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할 ‘온라인 규제개선 창구(규제개선고)’ 개설 및 ‘창조경제 규제개선 옴부즈만’(10명)을 위촉하고 이들의 의견을 범부처 규제개선 정책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올해 상반기에는 희귀의약품 지정 기준 정비, 유전자치료 연구범위 확대, 자동차 업계의 사이드미러 대체 카메라 장착 허용 요구 등 21개 규제과제를 발굴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를 열어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10개 관련부처가 선정된 규제개선을 추진키로 하는 내용을 심의·확정했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국민과 기업은 규제라고 체감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부처 공무원은 이를 일단 부정하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전형적인 ‘규제 불감증’이다. 규제를 권리로 착각하고 규제철폐를 일종의 시혜로 바라보는 공급자 마인드가 불감증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요자인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서 규제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규제가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 상위법이 아니라 고시, 훈령, 지침 등과 같은 하위 규정에 대부분 속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세심한 재정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규제라고 해서 모두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할 적폐는 아니다. 마치 성능 좋은 브레이크가 자동차의 안전한 질주를 담보하는 것처럼 좋은 규제도 있는 법이다. 나노기술의 안전성 기준이 미흡해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해당 중소기업이 반복해서 어려움에 처하곤 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보건·환경 등의 분야에서는 오히려 규제신설 또는 강화가 기업과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때도 많다. 규제 현장을 면밀히 분석해 규제완화와 강화라는 동전의 양면을 현명하고 유용하게 적용하는 ‘스마트한 규제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이라는 자동차가 출발점에 다시 서 있다. 도로에 있는 나쁜 규제라는 바위와 돌을 치우고, 안전과 국민행복을 위한 규제라는 브레이크 성능을 높여 자동차가 미래를 향해 안전하고 빠르게 달려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박항식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parkhs@msi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