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시장의 넘버원’ ‘한 나라의 국가경제를 좌우’ ‘치열한 경쟁으로 1위 자리 위협’ ‘하드웨어 중심의 라인업’
위 네 문장의 주어는 시제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면 노키아, 현재면 삼성전자다. 그만큼 양사는 유사점이 많다. 처한 환경도 같다.
그런데 노키아는 삼성과 달리, 스마트폰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냈다고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것은 바로 ‘사업 매각’이다.
블룸버그가 이날 선정한 ‘오늘의 차트’(The chart of the day)는 죽은 줄로 만 알았던 노키아의 역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노키아의 주가는 작년 9월 2일(휴대폰 사업 매각 발표 직전일) 대비 97%나 올랐다. 애플은 물론, 삼성과 블랙베리, HTC 등을 멀찌감치 따돌린 실적이다.
불과 3년전 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지금의 삼성전자와 같이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업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응 실패와 저가 제품들의 공격 등으로 급격히 쇠락, 정점이었던 2007년 대비 주가가 95%까지 빠지는 쓴 맛을 봐야했다.
올 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부를 넘긴 뒤, 노키아는 네트워크장비 사업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번 2분기 실적도 좋다.
모닝스타 인베스트먼트의 자산분석가인 브라이언 콜리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 때는 핀란드의 국가 경제를 들었다 놨다했던 노키아지만,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다시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며 “애플처럼 소프트웨어 에코시스템의 헤게모니를 거머쥐고 있지 못하는 한, 휴대폰 사업은 노키아에게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블룸버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일 이후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 중 애플만 유일하게 주가가 올랐다. 이 기간 삼성은 4.4% 떨어졌고, HTC와 블랙베리는 각각 7.8%와 8%씩 빠졌다. 모토로라 솔루션의 주가가 이 기간 중 13% 올랐지만, 이 회사는 옛 모토로라의 비휴대폰 사업부로만 구성된 조직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삼성의 실적 하락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세계 휴대폰 시장의 경쟁 격화가 1위 사업자를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를, 노키아에 이어 또다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