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일부 지상파와 대기업 민원 창구로 전락했다.
방통위는 광고 총량제를 도입, 중간광고 등을 검토하고 다채널방송(MMS)도 내년 본방송을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규제완화의 흐름을 엉뚱하게 지상파 방송사 민원을 수용하는 쪽으로 돌려놨다는 평가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 강화와 자구 노력을 전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구체화했다. 더 나아가 지상파 방송사와 이동통신 사업자가 첨예하게 대립한 700㎒ 주파수 할당은 미래부와 방통위 차관급이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일부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통신·방송 사업자는 “친(親)지상파 방송정책”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 과천청사에서 3기 방통위 비전과 7대 과제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고시 제정 △지상파 방송 광고 총량제 도입 △단통법 정착 △방송통신이용자보호법 제정 △개인정보보호 강화 △재난방송·남북방송협력 강화를 제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에 광고 총량제를 허용하는 것이다. 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방송사는 광고 유치와 집행에 자율성을 갖게 된다.
간접광고 형식규제(화면 4분의 1 이하, 프로그램 시간 5% 이하)를 완화하고 기존 여섯 가지로 구분된 협찬고지 허용 방식 간소화를 추진한다. 주류 등 광고금지 품목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완화할 계획이다.
MMS는 연내 본방송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속도를 낸다. 미래부와 협의해 △실험방송 결과 △기술 여건 △시청자 수요 △방송시장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하고 EBS를 우선으로 2015년 중 본방송(무료방송, 무광고 조건)을 실시한다. 시청자 복지 증진 차원에서 외국어 교육 등 공익 콘텐츠를 중심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초고화질(UHD)TV 활성화를 위해 700㎒ 주파수 확보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주 미래부와 차관급, 실무 국·과장이 참여하는 정책 협의회를 구성했다.
사실상 재난용으로 할당이 유력시되는 20㎒ 폭을 제외한 나머지 88㎒ 폭을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를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성준 위원장은 “재난용으로 20㎒ 폭을 배정한 건 당연하다”면서도 “정책협의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통신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단통법에서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의 주장을 반영하는 태도를 보인 데 이어 광고·MMS·주파수에서도 아예 방송 쪽 이해관계를 대변하려고 나서는 것 같다”면서 “700㎒ 연구반이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에서 정책협의회 역시 자칫 통신과 방송 업계의 협상 테이블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이익과는 상관없는 업계 이익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지상파의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 등 유료방송 업계의 요구 사항은 묵살되고 지상파 방송사 요구만 충실히 담겼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PP협의회 등은 4일 성명서를 내고 “방통위가 매체균형을 감안해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오히려 지상파의 방송광고 시장 독과점을 지원하는 모양새”라고 반발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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