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홀릭] 로봇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가정에서 잡일을 도와주는 홈 로봇 탄생도 머지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로봇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작동하는 탓에 고장이 나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마치 다리를 잃은 동물이 남은 다리로 걷는 방법을 응용한 로봇, 그러니까 손상된 다리로 걷는 방법을 학습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다리로 걷는 직립 보행형 로봇은 다리와 관절을 구부리는 각도와 속도, 가속도 등을 즉시 계산해서 접지 면에 걸리는 역량 등을 액추에이터로 측정한 다음 보행을 하게 된다. 이런 요소마다 설정되어 있는 매개변수는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그런데 만일 로봇이 다리에 손상을 입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지금까지 개발된 로봇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나 볼 수 있는 것처럼 부품이 파괴되어도 불사조처럼 계속 일어나서 전진할 수 없다.
소르본대학 연구팀은 이렇게 다리를 다친 로봇이 수십 초 안에 다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로봇이 손상된 다리와 작동 가능한 다리의 매개변수를 바꿔서 다리가 손상된 상태에서도 보행을 시도하고 최적의 보행 패턴을 짧으면 수십 초에서 2분 안에 학습해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헥사팟(Hexapod)이라는 다리가 6개인 곤충 모방형 로봇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헥사팟은 다리 6개에 모터 18개, 온보드 컴퓨터와 공간감을 인식하는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이 로봇은 1만 3,000가지 다른 보행 패턴을 내장하고 있다. 다리에 손상이 생겨도 남은 다리로 최대한 빨리 걸을 수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것.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듯 헥사팟은 모든 다리가 정상인 상태에선 당연히 똑바로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다리가 1개 손상되면 180도 선회를 해버린다. 헥사팟은 입력된 여러 패턴을 시도하고 24초 뒤 다리 5개로 걷는 패턴을 찾아낸다. 다른 부위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27초 뒤에는 곧바로 앞으로 걷는다. 헥사팟은 다리 1개 출력이 10% 줄거나 2개 이상이 손상되는 건 물론 모든 다리에 이상이 생길 경우에는 아예 팔꿈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이용해 앞으로 걷는 패턴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은 다리를 잃은 동물이 반복해서 겪는 시행착오를 응용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본격적인 로봇 시대가 열리게 되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앉아서(?) 일하는 산업용 로봇에겐 해당 사항이 없지만 홈 로봇, 그 중에서도 다리를 이용해 보행하는 로봇에겐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