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모바일 OS:글로벌 ICT특허의 아마겟돈

[이슈&인사이트]모바일 OS:글로벌 ICT특허의 아마겟돈

‘삼성전자가 언제, 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특허 라이선스를 했지?’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 로열티를 구글도 아닌 MS에 지불하는 이유는 뭐지?’ ‘3년도 되지 않아 계약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삼성의 의도는 뭐지?’

MS가 노키아로부터 인수한 특허에 바탕을 두고 삼성전자에 로열티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해당 인수가 계약위반이 아니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확인 판결(declaratory judgment)’ 소송을 냈다.

이 소식을 접한 독자들이 궁금한 이 같은 질문은 몇 년만 거슬러 올라가 애플, 삼성전자, 구글, MS 등 글로벌 ICT 기업의 특허관련 사건을 검토하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과 함께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개발하고 관련 제품을 제조했던 HTC는 2010년 7월 MS와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한다. 삼성전자는 2011년 9월, LG전자는 2012년 1월에 유사한 계약을 했다. HTC는 또 2012년 12월 애플과의 침해소송을 합의로 종결한다.

세계적인 카메라 제조사인 니콘과 전 세계 가전제품의 40% 이상을 제조하는 폭스콘의 모회사 혼하이도 2013년 각각 MS와 특허 라이선스를 맺는다.

화웨이는 지난 1월 MS가 주주인 록스타에 특허침해배상을 하고 같은 시기에 삼성전자는 록스타의 또다른 주주인 에릭슨과 특허 라이선스에 합의한다.

이외에도 ZTE, 제너럴다이나믹스, 복스(Voxx), 벨로시티 마이크로, 온쿄, 위스트론, 뷰소닉 등 안드로이드 기반 ICT 기업은 올해 들어 줄줄이 비(非) 안드로이드 특허권자에 백기를 든다.

특허의 사업적 파괴력을 철저히 이해하는 이 ICT기업의 항복은 결국 안드로이드 OS가 수많은 관련 특허를 침해한다는 방증이다.

삼성전자와 MS가 2011년 9월 특허 라이선스를 체결한 것은 그 해 1월 구글이 휴대폰 최강자였던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데서 시작한다. 이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신호로 판단한 삼성은 자사 모바일 제품 OS의 다변화를 시도한다. 그렇다고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손을 잡을 수도 없는 삼성은 윈도 OS로 PC시장을 점령한 MS와 손을 잡는다.

애플, 블랙베리, 소니, 에릭슨 등이 참여하는 록스타가 2013년 6월 인수한 노텔의 6000개 ICT 특허를 사용하고 윈도 스마트폰을 공동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 골자다.

MS는 미국시장에 연간 3억1400만대의 모바일기기를 판매하는 삼성전자로부터 대당 10~15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거두고 ‘윈도8’ 저변을 삼성전자와 함께 확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허니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13년 9월 MS가 노키아 인수계획을 발표하자 삼성은 곧바로 이는 특허 라이선스 위반이라며 그 해 11월부터 로열티 지불을 거부한다. 삼성은 또 윈도8이 안드로이드와 iOS의 철옹성을 깨지 못하자 공공연히 불만과 실망을 표출한다.

더욱이 MS는 모토로라를 상대로 한 유럽 특허침해 소송에서 쟁점특허의 비침해 판결과 무효심결을 받았고 미국 ITC 제소에서는 9개 쟁점특허 중 단 1개만 수입금지명령을 이끌어 냈다. 이도 만료된 특허라 과거 침해 배상액만 받았다.

상황이 이에 이르니 경제적 이익에 따라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되는 비즈니스 현실에서 삼성이 태도를 바꾸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글로벌 ICT 시장에서 최고의 무기가 모바일OS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다 망한 진공관 TV시대의 특허맹주 제니스를 1995년 5억5000만달러에 사들여 수백 배의 특허이익을 낸 LG전자가 노텔을 인수했더라면 현재 우리의 ICT 위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안드로이드 원천특허 개발사인 데인저(Danger)가 2005년 삼성전자를 찾아와 내놓았던 공동 개발 제안을 받아들였더라면 우리 ICT기업이 모바일 OS 공룡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정부는 이미 설립한 토종 특허관리전문회사(NPE)를 앞세워서라도 국내 ICT업계를 위한 노텔같은 기업 발굴에 매진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 재임 기간(1~3년) 안에 모든 제안과 실행, 결과 보고 및 평가까지 마무리하는 근시안적인 응급처치로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 개발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양도하고 협업을 이용해 새로운 모바일OS를 개발해야 한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는 멘토가 있었다. 바로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CEO였다. 하드웨어 제조사인 애플의 핸드헬드 기기 제작에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구글이 기꺼이 참여해 OS를 함께 만들었다. 반면에 구글은 지메일, 유튜브 등 주요 제품이 iOS에 종속되면 검색 관련 광고수입원이 고갈될 것을 내다보고 별도의 모바일OS 개발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들이 속속 선보이자 잡스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훔친 악마를 처단하는 ‘성전(holy war)’을 선언한다. 글로벌 ICT 성전의 마지막 전쟁인 모바일OS 아마겟돈은 애플, 구글, MS 트로이카가 시작해 2차 특허전쟁으로 확전됐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촉박하다.

신피터경섭 법무법인 바른·미국 특허변호사 peter.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