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을 앞세워 특수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특수 디스플레이는 고난도 기술력을 요구하는 동시에 다품종 소량 주문생산 체제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거세게 추격 중인 중국도 아직 발을 내딛지 않고 있는 영역이라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특수 디스플레이 시장이 갈수록 대형화·고기능화·고해상도화 되면서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특수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형적인 주문 제작을 통한 맞춤형 시장이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TV와 스마트폰 등 소품종 대량 생산에 주력해 왔으나 최근에는 항공기·자동차·카지노 등 다품종 소량 생산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특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발생시킬 정도로 성장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항공기와 자동차 시장에서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대형 공격 헬기인 아파치에 특수 소재를 적용한 투명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또 투명 LCD 패널을 앞세워 운전석 전방유리 하단에 정보가 표시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공급량도 늘려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명차뿐 아니라 현대·기아차 등으로 공급처를 늘렸다”며 “이 밖에 카지노 시장에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적용되면서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 집중 투자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보행자 사고를 막기 위해 후방 카메라를 의무 장착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앞으로 대량 생산 가능성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유명 자동차 업체들과 활발히 논의 중”이라며 “지금은 틈새 시장이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주류 시장이 될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 2012년 30억달러에서 오는 2017년에는 4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한 융합형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적극적이다. 근적외선 파장을 이용해 피부 주름 개선과 미백·탄력 강화 등의 효과를 내는 디스플레이 제품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특수 디스플레이 시장은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았지만 곡면·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으로 기술이 급변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세계 디스플레이 선두 주자인 한국 업체들이 집중 육성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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