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서울 코엑스에선 4년마다 열리는 수학 분야 최고 학회인 ‘2014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린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여도 이때 이뤄진다. 무려 9일간 21명의 기조 강연자들과 200명의 초청 강연자, 5000여명의 참가자들이 세계 수학계의 중요 성과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수학계는 올해를 ‘수학의 해’로 선포하고, 진취적이고 창조적인 수학 연구와 수학 문화 확산, 창의적 수학 교육을 강조하고 나섰다.
수학은 사실 우리나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다. 수학 실력에 따라 각자가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려고 특별히 노력한다. 특히 수학에 기반을 둔 컴퓨터가 보편적으로 이용되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즘 사회에서는 수학을 이해하는 정도가 높아지면 기회도 많아진다.
스마트폰은 매우 성능이 좋은 컴퓨터다.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들도 지금 컴퓨터를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만큼 계산 능력과 정보를 갖지 못했다. 예전에 주산으로 계산하며 수학을 배웠던 기성세대와, 컴퓨터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 시기에 수학을 배우는 세대에게 펼쳐진 기회의 바다는 확연히 다르다.
주산과 컴퓨터가 다르듯 두 시기의 수학 공부 내용과 방법 그리고 수학 활용 방식도 달라야 한다. 수학이 SW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도 예전과 다른 점이다.
현대 사회에서 부가가치가 큰 SW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국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고, 이 산업에 필요한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한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SW 개발자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겠으나 수학 이해력, 수학적 추상화 능력, 논리적 사고력을 어느 정도 갖췄는지가 개발자의 역량을 결정한다. 혁신적인 SW는 수학적 소양과 인문학적 상상력의 결합에서 태동된다.
SW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학생들이 일찍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하려면 교육과정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과학기술 발달에 따라 그 내용이 빠르게 변하는 것은 밑바탕에 해당하는 국어와 수학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집중해서 배워도 충분하다.
과거에 주산을 어린 시절부터 배운 것이 실용적인 면에서 도움이 됐지만, 주산을 잘하기 위해 다른 공부를 소홀히 했더라면 잃는 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SW 개발 능력은 다른 기본 소양들이 겸비돼야 큰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를 가진 SW산업의 진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통합 교과 과정에서 수학의 비중을 낮추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나라가 급속히 산업화를 이루고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 산업을 빠른 속도로 육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민의 높은 수학 실력도 있다.
수학 공부를 통해 개인들의 신속한 일처리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됐으며 과학과 공학, 경제학 등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우수한 수학 실력이 바탕이 돼 첨단 학문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영국에서 수학 연구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2012년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통계를 기준으로 영국 일자리의 10%와 부가가치의 16%가 직접적으로 수학 연구 덕분이고, 수학과 관련된 일자리의 생산성은 영국 생산성 평균의 두 배라고 한다.
수학이 창조경제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동수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dskim@nim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