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A 사장은 매출 증대를 위해 수산물 코너를 특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질 좋은 수산물을 납품하는 수산업체와의 직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다. A 사장은 유명 식당에 1등급 수산물을 납품하는 B수산 대표와 협상을 시도했다. 그런데 B수산 대표의 반응이 냉랭하다. “지점이 적어 물량이 많지 않다. 수산물은 신선도 유지가 관건인데 적은 물량을 납품하면서 그런 데까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협상 테이블로 들어서는 사람은 보통 두 가지 생각을 한다. 첫째는 ‘이 협상에서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다른 하나는 ‘협상 상대가 내 걱정거리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다. 내게 무관심한 상대로 하여금 내게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상대가 갖고 있는 ‘욕심’과 ‘걱정’,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모두 해결해줘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해줌으로써 협상에 성공한 사례를 보자. 서울의 중위권 대학인 S대학교는 2000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 유명 대학과 협력해 MBA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하는 파트너는 미국 동부 명문대학인 A대학. 하지만 미국 A대학은 그 제안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S대학 학장은 A대학 학장을 만나, A대학의 중점 전략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A대학 경영대학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세계화를 통해 진정한 글로벌 대학이 되는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 진출을 한 것이다” 당시 A대학은 폐쇄적인 중국에서 자리 잡지 못해 고전 중이었다.
S대 학장은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고 싶은 A대학의 욕심을 파악하고 말했다. “글로벌 대학이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 한국 대학이야말로 좋은 파트너다. 한국은 유례없이 교육열이 높고, 개방적이고 변화 속도가 빠르다. 지리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고, 경제적으로는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에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다면 이 양쪽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글로벌화를 원한다면 한국이야말로 반드시 공략해야 하는 나라다.”
이와 함께 글로벌 MBA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관심과 성공 가능성을 다양한 자료로 보여주자 A대학은 한국에 진출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아시아 진출을 통한 세계화’라는 A대학의 욕심을 충족해준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장애물이 남아 있었다. 미국 A대학이 “한국의 많은 명문대학을 놔두고 왜 중위권인 S대학과 협동과정을 열어야 하는가”라고 물은 것이다.
이에 S대학 학장은 이렇게 답했다. “현재 우리 대학에 대한 평가는 중위권이지만 SCI 논문 게재 수, 해외 박사 학위 교수의 증가율 등 글로벌화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느 대학보다 앞장서 있다. 이보다도 중요한 점은 우리 대학은 다른 대학과 달리 강력한 매니지먼트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한국 대학은 관료문화 때문에 외부와 협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일사불란한 협력이 가능하다. 한국 교육 시장에서 빠르게 정착하기를 원한다면 덩치는 크지만 움직임은 느린 곳이 아니라 작지만 빠르고 강력하게 움직이는, 즉 S대학이 제격이다.”
명문대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걱정하는 상대에게 S대학은 강력한 ‘매니지먼트에 의해 빠르고 효과적인 업무 추진이 가능한 대학’이라는 새로운 장점을 보여줬고, 그 결과 S대학은 A대학과 협동 MBA 과정을 열 수 있었다.
문제 상황은 실제로 모 지방 할인마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B수산 대표는 ‘대형마트와 거래함으로써 매출을 높이고 싶다’는 욕심과 ‘섣불리 마트에 납품했다가 신선도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 이에 A사는 “더 많은 매출을 올리려면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일이 필요할 텐데, 우리 마트에 입점하면 다른 대형마트와의 거래를 추천하겠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규모의 마트에 훨씬 수월하게 입점할 수 있다. 더불어 우리는 수산물 매장 확대를 위해 특화된 운송 시스템과 매장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와 거래하면서 수산물을 신선하게 유통할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상대방의 욕심과 걱정을 해결해줌으로써 A사는 무관심했던 상대와 협상하는 데 성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협상할 때 이 협상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 협상가는 상대가 얻을 이익부터 생각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공동기획: 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