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재정과 통화·금융정책에 이어 세제까지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개정안은 경제 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세제합리화 등의 전략이 담겨 있다. 특히 가장 크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경제 활성화에 대한 지원 사격이라는 점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은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신 기준)에서 3.7%로 대폭 하향 조정한 가운데 나왔다. 세계경제의 회복세 둔화와 내수 부진 등 향후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게 보는 것이다.
특히 기업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지표상의 경기가 회복돼도 체감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도 비등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의 가장 큰 테마는 ‘경제 활성화’다.
국민 중심 세제, 과세 형평 제고, 세입 기반 확충 등의 단어가 주류를 이루던 세법에 경기 회복을 위한 세제 지원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새 경제팀이 지난달 24일 제시한 경제정책방향과 맥을 같이 한다.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드는 한국 경제를 살리고자 재정과 세제, 금융 등 당국의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올해 세법 개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다.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로 이어지고 다시 가계의 소득으로 연결되는 전통적 경제 정책의 한계를 느낀 정부가 가계의 소득을 늘리고자 직접 개입에 나선 것은 보수적인 색채의 정부·여당에서는 상당한 정책 변화를 의미한다.
투자나 임금 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 기준에 미달할 때 10% 세율로 추가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 세제는 이런 정책 변화를 상징한다.
정부는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적용 대상으로 정했다. 약 4000개 기업 정도가 해당될 전망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한 경우 단일세율 10%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기업소득환류세가 발생하는 구간을 당기 이익의 70%로 설정했다면, 100억원의 세전 순이익을 벌어들인 기업이 투자와 배당, 임금 증가액 등으로 60억원을 썼을 경우 부족액인 10억원에 10% 세율을 적용해 최종적으로 1억원을 추가 과세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투자와 인건비 증가액, 배당액을 합친 금액이 당기 소득의 60∼80%, 인건비 증가액과 배당액이 당기이익이 20∼40%가 되는 경우를 2개의 기준선으로 두고 기업이 선택하도록 할 예정이다.
근로자의 임금이 증가된 기업에 증가분의 10%를 세액 공제하는 근로소득 증대 세제,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하는 배당소득 증대 세제는 가계소득 증대 세제 3대 패키지의 근간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기한도 2016년까지 2년 더 연장하고 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P 인상한 것도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살리려는 시도다.
고령층 빈곤율이 급속하게 올라가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이번 세법 개정안에 반영됐다.
퇴직연금 납입한도를 별도 설정해 300만원으로 늘리고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 세금 부담을 30% 줄여주기로 했다. 단 총 급여 1억2000만원 이상 고액연봉자가 퇴직금을 일시불로 수령할 경우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가업상속공제란 일정 규모에 해당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상속 재산총액을 최대 500억원 한도까지 공제해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제도다.
그동안은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이 대상이었으나 내년부터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까지 대상이 확대된다. 피상속인과 상속인 요건도 상당 수준 완화된다. 피상속인이 해당 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하고, 특수 관계자 포함 보유지분이 50%(상장기업 30%) 이상이어야만 가업상속공제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5년 이상 경영, 최대주주 1인 보유지분 25% 이상인 경우에도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번 세법 개정으로 정부의 국세 수입은 5680억원 늘어난다.
계층별로 보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서는 4890억원의 세 부담이 줄어든다. 퇴직연금 가입한도 확대와 근로소득증대세제 부분에서는 각각 1600억원, 1000억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면에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9680억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가계소득 증대 세제와 퇴직연금 납입한도 확대 등 세제 지원이 늘어났지만 비과세·감면 일몰 종료 등에 따라 세수는 늘어나는 것이다. 가장 큰 세수 효과를 낸 것은 퇴직소득세 과세 체계 개편이다. 고액연봉자가 퇴직금을 일시 수령할 때의 실효세율을 끌어올리면서 33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발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 개편 과정에서도 3000억원 상당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