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 3사가 일반 LTE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세 배 빠른 ‘광대역 LTE-A’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론적인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무려 225Mbps다. 광랜이라 부르는 유선 인터넷 속도가 100Mbps니 이보다 갑절 이상 빠른 무선 인터넷인 셈이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과연 어떤 서비스인지 살펴봤다.
김태우 이버즈 기자 tk@ebuzz.co.kr
◇어떻게 225Mbps 속도가 나올까
일반 LTE 서비스는 20㎒의 주파수 대역폭이 필요하다. 10㎒는 업로드, 10㎒는 다운로드에 쓰인다. 비유하자면 도로의 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0㎒의 대역폭에서 다운로드는 이론적으로 최대 75Mbps의 속도가 나온다. LTE에서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쓰는 방식이 대역폭을 넓혀 한번에 보내는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방법이다. 지난해 나온 LTE-A와 광대역 LTE는 10㎒ 대역폭을 20㎒로 넓힌 서비스다. 예를 들어 LTE에서 1초에 한 개의 공을 전송할 수 있다면 스무 개의 공을 모두 전송하는 데에는 20초가 걸린다. 하지만 LTE-A와 광대역 LTE에서는 한번에 두 개의 공을 전송하기 때문에 10초로 줄어든다. 속도가 갑절 빨라진 것과 같은 셈이다.
광대역 LTE-A의 대역폭은 30㎒다. 광대역 LTE 20㎒에 LTE 10㎒를 합친 것으로 1차선 도로가 3차선으로 넓어진 것이다. 그래서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225Mbps가 된다. 물론 이렇게 묶기 위해서는 주파수집성기술(CA, 캐리어 애그리게이션)이 필요하다. 어쨌든 3차선을 이용해 데이터를 보내기 때문에 속도는 일반 LTE보다 세 배 빠르다.
◇실제 속도는 어떨까
광대역 LTE-A의 225Mbps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최대 다운로드 속도다. 실제 단말기에서는 이런 속도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실제 속도는 얼마나 나올까.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3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를 보면 광대역 LTE 56.6Mbps, LTE-A 47.2Mbps, LTE 30.9Mbps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나왔다. 이론 속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미루어 보면 광대역 LTE-A의 실속도는 100Mbps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SK텔레콤 광대역 LTE-A 기자간담회에서 이종봉 네트워크부문장도 70~80Mbps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꼼꼼하게 속도 측정을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서울 시내에서 무작위로 50회 넘게 광대역 LTE-A 속도 측정을 해보니 평균 79Mbps 정도의 속도가 나왔다. 지역에 따라서 40Mbps의 낮은 속도가 나오는 곳도 있었지만 100Mbps 이상의 속도가 나오는 곳도 많았다.
광대역 LTE-A는 무선데이터통신이다. 사용자가 단말기에서 이동통신사의 신호를 받아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때 전파 손실, 트래픽, 망 품질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225Mbps의 이론적인 속도는 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다.
◇기지국으로 살펴본 광대역 LTE-A, KT가 가장 부실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기지국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탓에 기지국 수를 앞세워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SK텔레콤은 21만 LTE 기지국을 구축했다고 밝혔으며 KT는 “국내 최다 10만 광대역 기지국, 빈틈없이 촘촘한 KT 광대역 LTE-A”라고 홍보하고 있다.
과연 이통 3사의 기지국 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 7월 1일 기준으로 전파관리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SK텔레콤 17만3219개, KT 12만6096개, LG유플러스 14만6524개로 밝혀졌다.
먼저 SK텔레콤을 보자. SK텔레콤은 기지국이 21만개라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17만3000여개밖에 안 된다. 3만7000여개 정도 규모를 부풀렸다. 3만개가량의 기지국이면 서울시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과장 광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과장된 기지국 수는 KT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KT의 광대역 LTE 기지국 수는 이통 3사 중 가장 많은 10만7097개다. KT가 주장한 내용과 부합한다. 문제는 ‘빈틈없이 촘촘한 KT 광대역 LTE-A’ 문구다. 과연 촘촘하다고 할 수 있을까.
KT의 일반 LTE 기지국 수는 1만8999개다.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광대역 LTE-A는 앞에서 설명했듯이 ‘광대역 LTE+일반 LTE’로 서비스된다. 그렇기에 광대역 LTE-A는 두 주파수 모두 수신되는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한마디로 KT의 광대역 LTE-A를 쓸 수 있는 곳은 1만8999개의 기지국이 세워진 곳이라는 이야기다. 3만개가량이 서울시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보다 더 적은 기지국이니 KT 광대역 LTE-A를 쓸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LG유플러스는 기지국 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초광대역 LTE-A를 선도하겠다는 홍보 문구에 비하면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일반 LTE 기지국은 10만8905개로 양호하지만 광대역 LTE 기지국은 3만7619개 밖에 되지 않는다.
◇지원 단말기는
광대역 LTE-A가 서비스 초기다 보니 이를 지원하는 단말기는 현재 두 종만 나온 상태다. 삼성전자 ‘갤럭시S5 광대역 LTE-A’와 LG전자 ‘G3 캣식스’가 그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제품 모두 기존 제품에서 일부 부품만 교체해 내놓았다.
갤럭시S5 광대역 LTE-A는 기존 모델과의 차이점이 세 가지다. 디스플레이를 QHD로 끌어 올리고 램을 3GB로 늘렸으며 프로세서를 퀄컴 스냅드래곤 805로 바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스냅드래곤 805다. 광대역 LTE-A를 쓸 수 있는 게 이것 때문이다. G3 캣식스 또한 같은 프로세서를 쓴다.
스냅드래곤 805는 최대 300Mbps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한다. 하지만 2밴드를 지원하기에 국내에서는 쓸 수 없다. 연말로 예정된 300Mbps LTE-A는 3밴드다.
G3 캣식스는 겉으로 보면 동일한 외관에 프로세서만 바꾸었다고 볼 수 있지만 내부 구조에 제법 변화를 줬다. 심카드 슬롯과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이 분리되고 NFC와 무선충전 포트도 분리됐다. 이런 탓에 기존 G3 케이스는 G3 캣식스와 호환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두께는 8.95㎜에서 9.1㎜로 두꺼워졌다.
G3는 QHD 해상도를 국내에 처음 적용한 제품이다. 하지만 높은 해상도를 프로세서가 다소 따라가지 못하는 듯했다. G3 캣식스는 성능이 다소 향상된 스냅드래곤 805를 씀으로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속도는 빠른데…어디에 써?
광랜이라 부르는 유선 인터넷 속도가 100Mbps다. 광대역 LTE-A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25Mbps이니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상당히 빠른 속도가 아닐 수 없다.
이에 SK텔레콤은 특화 서비스로 ‘앵글스(Angles)’와 ‘클라우드 게임’을 내놨다. 앵글스는 최다 네 명이 동시에 촬영한 동영상을 클라우드 서버에서 하나의 영상으로 자동 편집해 스마트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클라우드 게임은 PC나 스마트폰에 직접 게임을 설치해서 실행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 게임은 클라우드 서버에서 실행된다. 이용자는 실행 화면을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전송 받아 게임을 즐긴다.
SK텔레콤은 ‘세 배 빠른 광대역 LTE-A 네트워크’ 덕에 초고화질·초대용량·다자 간 게임의 원활한 스트리밍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Btv 모바일에는 ‘UHD 특집관’이 별도로 구성돼 UHD 콘텐츠를 VoD로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동영상 콘텐츠에 더욱 집중한 모양새다. 전면에 내세운 서비스는 ‘유플릭스 무비’다. 월 7000원만 내면 1만2000편의 VoD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타사와 비교해 콘텐츠 수량과 월정액 모두 경쟁력을 갖췄다.
모바일IPTV 서비스에는 최장 두 시간까지 돌려보는 타임머신 기능과 0.5배속으로 볼 수 있는 슬로모션 기능이 추가됐으며 복잡한 교차로의 실제 촬영 이미지를 제공하는 ‘유플러스 내비 리얼’도 내놨다. 이외에도 스마트폰을 촬영한 동영상을 안방의 TV로 전달해 주는 ‘U+tvG 개인방송’, 동영상 개수와 용량에 상관없이 무제한 공유할 수 있는 ‘U+ShareLive’ 등이 제공된다.
LTE를 처음 사용했을 때 3G보다 빠른 속도에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이보다 다운로드 속도가 갑절 빠른 LTE-A와 광대역 LTE가 나왔을 때는 다소 회의적이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어디에 쓸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올해는 세 배 빠른 광대역 LTE-A가 나왔다. 이통사는 특화 서비스를 몇 개 선보이긴 했지만 정작 속도만 올려놓았지 이통사 또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눈치다.
연말에는 이보다 속도가 더 빨라진다. 하지만 이를 쓸 수 있는 제반 여건은 제대로 갖춰놓지 못한 상태다. 이통 3사 모두 빠름만 강조할 뿐이며 대다수 사용자는 이런 빠른 속도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속도 과잉의 상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