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 지방 이전 앞두고 `부동산` 매각에 골머리

“이삿짐 싸야하는데 살던 집이 안 팔리네요.”

다음달 지방 이전을 앞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원장 이기섭)이 잇따른 사옥 매각 유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9차례나 유찰돼 조만간 ‘9전 10기’에 도전해야 할 판이다.

KEIT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에 따라 9월 말 대구 신사옥으로 본원을 옮길 예정이다. 현재 본원은 서울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9~13층)에 위치했다.

KEIT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서울 사옥을 매각해야 한다는 정부 원칙에 따라 지난 상반기부터 사옥 매각을 추진했다. 부동산 감정가격은 약 245억원이다.

지금까지 9차례 실시된 매각 입찰에서 응찰자는 한 곳도 없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서울 강남권 기업들이 경기도 판교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큰 탓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올해를 전후로 많은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상황이어서 일종의 ‘관망 수요’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월 말까지도 팔리지 않으면 대구로 본원을 이전한 후엔 서울 사옥을 공실로 남겨야 한다. 관리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 예산 부담이 만만치 않다.

KEIT는 궁여지책으로 분할 매각을 도모하고 있다. 다행히 일부 층은 관심을 갖는 수요가 있지만 나머지는 10차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KEIT는 10차 입찰 이후에도 매각하지 못하면 부동산 전문 컨설팅업체에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EIT처럼 공공기관이 하나둘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여러 기관이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내년 초 진주로 이전 예정인 한국세라믹기술원(원장 김민)은 다행히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본원을 인근에 연구소를 보유한 LG전자에 매각했지만 최근 연구설비 이전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설비 보호를 위해 다수의 무진동차량 등을 동원해야 해 자칫 이전 비용이 새 설비 구입비보다 커질 수 있는 탓이다. 세라믹기술원 관계자는 “여러 경우의 수를 감안해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