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자동차를 미래 산업 핵심으로 꼽고 민간 유도형 충전인프라 구축에 팔을 걷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교통 문화 조성은 물론이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이면서 국가 전력 수요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신산업·신시장 발굴을 위해 민간 중심의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다. 지금까지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책에 보다 현실적인 시장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는 미국과 유럽·일본 등과 달리 국내 전기차 민간 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는데 있다. 지난 4년간 산업부와 환경부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원했지만 국내 전기차 수는 2300대 수준이다. 가장 큰 걸림돌로 충전인프라 부족을 꼽지만 전기차 수요가 적은데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전기요금까지 낮은 탓에 민간 사업자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산업부는 최근 한전 등으로 구성된 TF팀을 구성해 대규모의 민간 유도형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정부가 자금과 제도를 지원하고 실제 사업 모델 발굴과 사업은 민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전기차 수요가 적어 충전서비스 사업자가 나오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불식시키면서 민간 부담을 최소화 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전기택시, 렌터카, 카셰어링 등과 같은 관련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3년 간 ‘충전서비스 특수목적법인(SPC)’을 운영한다. 민간이 자유롭게 사업모델을 만들고 경험할 수 있는 ‘판’부터 깔아 놓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력공급·운영을 담당하는 한국전력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충전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민간 자본 투자를 받아 민간 참여형 충전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보조금을 지원하고 충전인프라나 서비스는 SPC가 맡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주차면이 확보된 충전소 부지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충전서비스 SPC를 통해 앞으로 3년간 충전기 5500기를 구축하고 20분 전후에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는 환경부 공공인프라 구축사업과 관계없이 추가로 전국 대상으로 약 300기를 구축한다. 우선 2015년까지 전기차 서비스 업체에 인프라를 개방해 사업 모델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이후 전기차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홈 충전기 설치 및 운영을 통해 충전서비스 모델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민간에 대한 충전기 무상 보급이 중단됨에 따른 추가 조치이면서 향후 민간 홈 충전시장 조성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고객 환경은 물론이고 민간 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신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민간 기업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 까지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모델을 자유롭게 발굴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충전인프라 서비스 특수목적법인(SPC) 계획(안)
전기차 셰어링 시범사업
한국전력은 정부 과제로 2012년부터 진행한 ‘전기차 셰어링’ 인프라를 전기차 충전인프라 서비스 사업 모델로 전환한다. 첫 전기차 충전 유료 서비스 모델이 탄생한 셈이다.
한전 충전소는 서울·수도권 지역 11곳에 20분 전후에 충전이 가능한 급속충전기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충전소는 한국전력 삼성동 본사와 국회의사당, 송파구청, 판교역 등 서울과 경기 일대 11곳이다. 수익 모델을 창출을 위해 충전소 서비스 요금은 환경부가 내달 발표 예정인 공공에 구축한 급속충전기 이용 요금과 비슷한 선에서 책정된다. 요금은 한전의 계절·시간 전기요금 체계와 서비스 요금이 반영된 1㎾h당 500~600원 전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 비용은 약 7000~8000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전은 11곳의 전기차 전용 충전소 사업에 완성차 및 통신사, 운영서비스 분야의 민간 기업도 참여시킨다. 전기차 수요에 증가에 따라 충전소도 확대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