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인 ICT기반 건강보험제도, 부처간 칸막이로 수출 성과 못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건강보험제도가 세계적 수준으로 개발도상국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수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기관별로 산발적으로 추진돼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초청연수 등 단발 해외 원조사업으로만 머물러 후속 사업으로 연계되지 못한 실정이다. 부처·기관 간 협력체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아까운 국가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ICT 기반 건강보험제도 해외 사업이 기획재정부·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건강보험공단 등 기관별로 추진, 기관 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정부 컨트롤타워인 안전행정부는 건강보험 수출이 논의되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정책 해외 전수 사업은 대부분 지원사업이다. 기재부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으로 추진하는 개발도상국 대상 건강보험제도 전수 사업이 대표적이다. KSP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사업 수행자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선정, 인도네시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인도네시아 포함 필리핀,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대상으로 초청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도 자체적으로 건강보험 정책 전수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국제보건의료재단은 아프리카 가나와 에티오피아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해 관계자를 초청하는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부 예산으로 1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건강보험공단은 오만 등 중동 국가 대상으로 정책 수출을 추진한다.

이처럼 기관별 건강보험제도 해외 전수가 적용되는 대상 국가도 모두 다르고, 단발 지원사업에 그치는 것은 부처·기관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KSP 사업을 진행하면서 월드뱅크와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이유로 복지부, 안행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건강보험공단과도 논의하지 않았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도 복지부와는 협의를 했지만 그 외 기재부나 전자정부 사업을 총괄하는 안행부와는 협의하지 않았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관계자는 “재단 사업은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은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다른 기관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지부 내에서도 건강보험정책 해외수출의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다.

ICT 기반 국내 제도나 정책 수출이 대부분 지원사업에만 머무르고 후속사업으로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안행부 관계자는 “전자정부 등 ICT 기반 제도 수출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자고 여러 차례 관계 부처에 제의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며 “부처나 기관 대부분 자신들의 성과로 만들기 위해 타 부처와의 협의를 꺼린다”고 토로했다.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수출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 실제 성과를 만들지 못해 민간 기업의 해외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IT서비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정책 수출은 정부 간 협약에 의해 이뤄지는데 부처별 소규모로 사업만을 진행하니 정부 사업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며 “확고한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