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월성1호기` 폐로냐, 재가동이냐

월성 원전 1호기 재가동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폐로와 재가동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벌써 5년째다. 월성 1호기는 설계 수명 30년이 다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 11월 20일 이후 가동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09년 12월 30일 월성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이미 제출했다. 지난해 7월 제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보고서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 검증단에서 검토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발표 결과가 앞으로 국내 노후 원전 재가동 승인 여부에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 재가동 이상무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 여부는 이미 결론이 났다고 봐야 한다. 재가동은 가능하다. 우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재가동 가능성을 인정했다. IAEA 전문가 7인은 지난 2012년 5월 월성 1호기 기본 원칙, 기기 분류, 기계기기, 전기와 계측기기, 토목구조물 경년열화,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 6개 분야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는 ‘매우 좋음’이었다. 10년간 계속 운전 준비가 잘 돼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금속성분이 탄력을 잃어 원자로 압력용기가 균열되는 취성 파괴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세부적으로 ‘잘 하고 있는 점’ 9가지와 13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권고사항은 즉각 조치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으며 지난 4월 IAEA 후속점검까지 마쳤다.

월성 1호기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로 40년 이상 운전에도 고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년열화 평가, 설비 개선과 관리통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원전의 심장이라 불리는 원자로 압력관도 교체하는 등 총 9000건의 설비를 새로 교환했다.

중수로 방식인 월성 1호기는 경수로와 다른 고유 안전성도 갖췄다. 먼저 원료로 천연우라늄을 사용하고 중수를 이용해 사고가 나도 원자로 폭발 가능성이 적다. 노심 냉각을 위해 필요한 냉각재, 감속재, 차폐냉각수, 원자로 격실 냉각수 등도 보유하고 있다. 독립된 2개의 원자로 정지계통을 갖춰 어떠한 경우에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멈출 수 있다. 예비 디젤발전기(SDG), 비상전력계통(EPS)과 비상급수계통(EWS), 비상급수조 등과 같은 전원, 냉각수 상실을 대비해 설계됐다.

지난해 7월 설계 기준을 넘어서는 극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끝냈다. 1만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초대형 지진, 해일 대응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회사 평가결과에 대해 해외 전문기관인 독일 TUV SUD가 검토해 객관성도 확보했다. 한수원은 개선필요 사항 15건을 도출해 순차적으로 2017년 2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원전 고장은 옛말

월성 1호기는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0년간 총 39건 고장이 발생했다. 언뜻 고장이 잦아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월성 1호기는 우리나라 원전 초기 모델로 경험과 노하우 부족에 따른 고장이 대부분이었다. 설계나 기기 문제가 아닌 운영상 문제였다.

실제로 월성 1호기가 가동된 1983년부터 설계수명 절반인 1997년까지 31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후반부인 1998년부터 가동을 멈춘 2012년까지는 8건이 전부다. 연평균 0.5건 수준이다. 상업운전 이후 발전소 한주기 무고장 연속운전(OCTF) 5회 달성, 세계 이용률 1위 4회 달성 등 운영실적도 우수하다.

이는 고리 1호기 사례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총 사고가 108건으로 국내 원전 사고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는 고리 1호기는 첫 가동에 들어간 1978년부터 설계수명 30년의 절반인 15년 동안 무려 101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반면에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간 고장은 단 7건이다. 특히 재가동 후 5년 동안은 고장 건수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6년 동안이나 무고장 운전을 한 기록도 갖고 있다.

◇경제적 손실 5000억원, 빨리 결정 내려야

월성 1호기 가동 정지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원전 1000㎿ 기준으로 하루 가동 손실액은 10억원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월성 1호기 가동 손실액은 7억~8억원으로 추산된다. 가동 중지 기간이 600일을 훌쩍 넘기면서 누적 손실액도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3개월이면 충분하다던 월성 1호기 재가동 여부 결정이 늦어지면서 422명에 달하는 인력이 2012년 11월 이후 대기 상태다. 이 가운데 1호기 발전교대근무자만 58명, 연료팀 교대근무자가 10명 정도다.

노후 원전의 계속 운전은 미국, 캐나다,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도 채택할 만큼 세계적 추세다. 전 세계 가동원전 435기 중 151기가 계속 운전을 허가 받았다. 특히 설계수명이 만료된 122기 중 단 7기만 설계 수명 만료 후 폐로했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와 동일한 노형의 발전소도 미국 포인트 비치 원전 등 4곳이나 40년 이상 계속운전 중이다. 원자력 업계 한 관계자는 “신중한 판단도 좋지만 멀쩡한 원전을 세워놓은 덕분에 오히려 운전 가능시간을 줄어들게 됐다”며 “전력수급 문제로 원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 경제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은 가동하는 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 주요기기 신설 및 교체 내용

[이슈분석]`월성1호기` 폐로냐, 재가동이냐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