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주축이돼 설립된 국내 1호 창투사 ‘대덕인베스트먼트` 좌초 위기

정부·지자체 공동 출자 300억 규모 ‘충청권경제활성화투자조합’ 운용에도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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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개발특구 벤처기업인이 뜻을 모아 만든 창업투자회사 ‘대덕인베스트먼트’가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인베스트먼트 최대 주주이자 대표인 장영복 애니솔루션 사장이 서울 지역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덕인베스트먼트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덕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5월 대덕특구 벤처기업 주도로 설립된 창투사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지역 선도 벤처기업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후배 기업을 키워보겠다며 설립한 창투사여서 상징 의미가 남달랐다. 국내에서도 기업인이 주축이 돼 창투사를 설립한 사례는 지금까지 유일하다.

당시 애니솔루션(19억5000만원)을 비롯해 골프존(5억원), 실리콘웍스(5억원), 디앤티(3억원), 케이맥(1억5000만원), 인텍플러스(1억원),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5000만원) 등이 창투사 설립을 위해 힘을 모았다.

대전시도 출연기관인 대전경제통상진흥원을 통해 10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가장 많은 자금을 출자했던 애니솔루션 대표인 장영복 사장이 창투사 대표를 맡았다.

이후 대덕특구 기업인의 이러한 뜻이 전해지자 정부와 대전시와 충남도가 힘을 보태 펀드를 조성했다.

창투사 출범 후 이듬해인 2012년 1월에 한국모태펀드, 대전시, 충남테크노파크 등과 공동으로 295억원 규모의 ‘충청권경제활성화투자조합 제1호’를 조성한 데 이어 지난해 2월에는 111억원 규모의 ‘융합기술투자조합’을 결성하는 등 총 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해왔다.

이 중 충청권경제활성화투자조합은 지역 내 기술력이 우수하고 성장성이 높은 비상장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자리 창출 펀드다.

이처럼 지역 산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대덕인베스트먼트는 출범 후 불과 2년여 만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당시 자본금 50억원으로 출범했지만, 경영 성과는 좋지 않았다. 그간 부실한 경영 관리로 까먹은 자본금만 10억원이나 된다. 2개 펀드에 남은 자금을 거의 출자해 더 이상 투자할 여력도 없다. 여기에다 장 대표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깨져 추가 증자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간 수차례 주주들이 경영부실 등 책임을 물어 장 대표에 중도 사임까지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악순환을 거듭하던 대덕인베스트먼트는 급기야 지난 5월 총회에서 장 대표가 애니솔루션 지분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 주주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대덕벤처협회에 따르면 당시 총회에서 장 대표는 향후 3개월을 넘길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없고, 펀드 추가 결성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신이 보유한 애니솔루션 지분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창투사 설립에 참여했던 다른 주주들은 경영권이 매각되면 당시 창투사 설립 취지가 희석되고, 향후 운영 기조도 크게 달라질 것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장 대표 책임이 큰데 본인 욕심만 앞세워 빠져 나가려 한다며 무책임한 장 대표의 태도를 비판했다.

주주들은 이러한 이유로 더 이상 창투사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다며 최근 장 대표에게 자신들이 투자한 지분 회수를 요청했다.

B업체 대표는 “초기에 우려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창투사 설립에 자금을 출자한 대전시 협의 결과에 따라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주들의 비난이 커지게 된 데에는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서울 개인 투자자의 투자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이들은 벤처기업 육성이 아닌 기업 간 인수합병(M&A)이나 구주 딜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들로 알려져 있다.

대전시는 지난 5월 임시총회 이후 장 대표의 경영권 매각이 중단된 줄 알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다 본지 취재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최시복 대전시 기업지원과장은 “총회 당시 대전시는 대전경제통상진흥원을 통해 경영권 지분 매각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이후로 경영권 매각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어떤 상황인지 바로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지역산업계에서는 향후 이들이 대덕인베스트먼트 최대 주주가 되면 ‘충청권경제활성화투자조합’이 향후 어떤 식으로 운용될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지역벤처 업계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M&A 등 수익이 뒷받침될 곳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대덕인베스트먼트의 상징성이 크게 퇴색되고, 향후 펀드 운용 기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장영복 사장은 “그동안 두 개 펀드에 출자하면서 자본금이 거의 소진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타사 주주들에게 증자를 요청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결국 이후에 애니솔루션만 증자에 참여하는 등 창투사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애니솔루션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는 “경영권은 최대 주주가 갖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최대 주주는 자금만 출자하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창투사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우려하는 창투사 상징성에 대해서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지분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을 얘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업인이 주축이돼 설립된 국내 1호 창투사 ‘대덕인베스트먼트` 좌초 위기

기업인이 주축이돼 설립된 국내 1호 창투사 ‘대덕인베스트먼트` 좌초 위기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