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면도기, 토종 기업 사라져

30여년 국내 전자면도기 산업을 지켜온 장수기업 ‘조아스전자’가 지난달 2일부로 당좌거래정지를 당하면서 사실상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토종 기업이 간판을 내렸다.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은 이미 외산기업에 안방을 내준 상황이었으나, 힘겹게 경쟁해온 유일한 토종기업 조아스전자가 부도처리돼 국내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시장은 ‘외산’ 일색이 될 전망이다.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규모는 업계 추정으로 800억~1000억원 규모다. 시장의 강자는 필립스로 2011년 기준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브라운, 파나소닉 등 외산업체들이 잇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선두업체인 필립스와 브라운이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3위는 파나소닉코리아로, 1~2위와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조아스전자는 국내 유일의 전기면도기 제조회사로 ‘바람 앞의 등불’처럼 외국 대형브랜드와 경쟁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제품의 공세 속에서도 2012년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최근 벌인 신사업의 부진과 사업 확장 등으로 위기를 겪으며 부도를 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특히 면도기 외에 고데기·드라이기 등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던 이·미용기기가 중국산 저가 PB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이기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했다고 알려졌다.

조아스 클래식 면도기
조아스 클래식 면도기

현재 조아스전자의 임원진들은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7월 11일에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판매와 관련해 정상화에 노력 중”이라며 “고객센터의 운영은 정상적으로 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AS 센터로 전화를 걸면 “자재 및 부품 수급 난항으로 인해 AS가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는 멘트가 나온다. 부도 직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게시판에 불만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오픈마켓 등에서는 여전히 제품 판매는 이뤄지고 있다. 한 온라인 판매상은 “현재 제품 생산은 하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AS 등이 정상적이진 않다”며 “채권단에서 조아스전자를 운영하고 있고 향후 상호가 바뀔 수 있지만 제품 생산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도 문제로)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구입 후 3개월 이내 문제가 생기면 새 상품으로 교체해준다”고 덧붙였다.

국내 장수 생활가전기업이 쓰러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산 생활가전 기업 육성에 소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산업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생활가전 기업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활가전에서 100억원 넘는 업체가 거의 없고 대부분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2년 전부터 소형가전 지원 사업을 벌였으나 규모가 크지 않고 그 전에는 거의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