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억제제 사용 시 과도한 면역 저하를 일으키는 백혈구감소증 원인 유전자가 밝혀졌다. 희귀 면역질환이나 장기이식 환자 유전자를 사전에 검사해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규영 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와 양석균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교수 공동 연구팀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크론병 환자 978명을 조사해 백혈구감소증 원인 유전자 ‘NUDT15’를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이들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NUDT15 유전자 한 쌍 모두에 변이가 있으면 100%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나고 전신탈모 같은 부작용을 보였다. 유전자 한 쪽에만 변이가 있는 경우 75.6%, 변이가 전혀 없는 경우 25.3%의 환자에서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났다.
특히 면역억제제 사용 8주 이내 환자에서는 유전자 변이 정도에 따라 각각 100%, 25.6%, 0.9%의 백혈구감소증 발생률을 보여 차이가 확연했다.
면역억제제는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같은 염증성 장질환, 류마티스 질환 등 면역 관련 질환 치료, 장기이식 후 면역 억제를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약물 투여 시 면역력이 과도하게 떨어지면 패혈증 등 감염이 발생하고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국내 30~40% 환자가 이 같은 부작용을 겪는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같은 부작용의 원인으로 TPMT 유전자가 지목됐으나, 정작 백혈구감소증 발생 빈도가 높은 아시아에서는 TPMT 변이가 적었다.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예측하는 검사 지표로 사용할 수 없었던 셈이다.
연구진이 발견한 NUDT15를 유전자 검사 지표로 활용하면 면역억제제 부작용을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약물 사용 여부와 투여량을 조절하면 부작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연구진은 “TPMT 유전자 변이와 달리 NUDT15 유전자 변이는 국내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며 “백혈구감소증 원인 유전자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 11일자에 소개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