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391>사용후핵연료

지난 5일 국회에서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공론화위원회가 조직된 이후 열린 첫 국회 공개토론회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을 내기에 아직은 갈 길이 너무 멀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 부족이 임박한 상황에서 원전의 가동, 중간저장시설 건설 등의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전력에서 원전의 비중이 큰 만큼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국가적 사안입니다.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처리방안에 대한 결정이 필요하지만 방사능 위험 논란에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명확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한전원자력연료의 경수로용 핵연료집합체
한전원자력연료의 경수로용 핵연료집합체

Q:사용후핵연료는 무엇인가요?

A: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되고 난 후 인출된 우라늄 연료 다발입니다. 연료로서의 역할은 다 했지만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해 위험물질로 분류됩니다. TV에서 원자력 관련 뉴스가 나올 때 자료화면으로 보여주는 수조에 담긴 네모반듯한 긴 막대가 바로 사용후핵연료입니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만년 정도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저장 관리합니다. 대부분 수영장처럼 생긴 습식저장조에 저장되고, 월성에서 가동 중인 중수로형 4기에서 나온 것들은 일부는 습식저장조에, 나머지는 습식저장조에서 열을 식힌 후 콘크리트 용기로 된 건식저장시설에 저장 관리합니다. 지난해 기준 한울, 월성, 고리, 한빛 4개 원자력발전 단지 내에 1만3254톤이 있고, 가동 중인 원전 23기에서 매년 약 750톤씩 발생되고 있습니다.

Q:사용후핵연료는 왜 문제가 되고 있나요?

A:결론부터 말하면 더 이상 저장할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전 내 임시저장고 밀도를 높여 수용공간을 늘리고 발전소 간 이송 등으로 저장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해도 2024년이면 포화상태에 다다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있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 가동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초보적 수준입니다. 위험물질인 사용후핵연료는 그 특성상 처리여부에 대한 의견이 극명히 갈리고 있어 결론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료를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국내에 자체적인 재처리 기술이 없는데다, 핵무기화 문제가 있어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중간저장시설 마련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과연 어느 지역이 이를 수용할지 불확실합니다. 포화 예정시기인 2024년까지 10년이 남아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시간도 촉박하다는 의견입니다.

Q:해외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요?

A:현재 사용후핵연료 처리방법으로는 재처리와 중간저장, 영구처분으로 구분됩니다. 재처리는 연료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 영구처분은 땅 속 깊은 곳에 영원히 격리시키는 방법입니다. 중간저장은 재처리와 영구처분에 앞서 임시시설에 저장해 방사능과 열을 충분히 낮추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서는 단계적으로 영구 처분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하 500~1000미터 깊이의 땅 속에 묻는 심지층처분을 최종관리방안으로 기본방침을 정하고 있고 캐나다도 각각 30년간 발전소 내 저장과 중간저장을 거쳐 최종적으로 심지층처분을 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중앙집중식 중간저장 시설을 건설하고 지층 영구처분시설을 즉각적으로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은 연간 800톤 규모의 재처리 시설과 총 5000톤 규모의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했지만 운영은 연기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관리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국내 기술 확보 수준과 사회적 환경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사용후핵연료 발생부터 최종 처분까지 전체적인 통합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용후핵연료 딜레마’ 김명자 등 지음, 까치글방 펴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의 여성 과학자이자 정책 전문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의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면서 원자력발전소와 사용후핵연료 쟁점을 균형 있게 다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설명부터 세계 각국의 관리방식 그리고 이 방법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담아 에너지안보, 사회적합의, 안전 등의 고찰로 문제의 시급성을 알리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관련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의견을 고루 담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원자력이 아니면 촛불을 켜야 할까?’ 장바티스트 드 파나피 지음, 내인생의책 펴냄.

원자력발전소가 국가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현대 사회에서의 원자력발전소 의미와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법, 그리고 방사능 피폭의 영향 등의 궁금증을 풀어간다. 많은 이들이 원자력 위험성은 많이 알고 있지만, 그 이유와 안전한 사용법은 알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보다는 원자력 산업의 구조와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서 이해를 요구한다. 원자력을 안전하게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 없는 삶을 살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