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1일 현대이엔티(대표 노정규) 생산동 옥상은 태양광 모듈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휴가도 반납한 채 태양광 설치에 열중하는 기사들의 손놀림은 매우 분주했다.
운동장 두 개 크기의 이 회사 옥상에는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촘촘히 설치됐다. 단결정 구조의 태양광 모듈 3100장이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쉼 없이 반사했다. 18억5000만원의 투자비가 들었지만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계통연계를 통해 한전에 되팔 수 있다. 발전용량은 810㎾로 태양광을 이용해 연간 4억원의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난달 80억원을 투자해 첨단2산단에 문을 연 현대이엔티는 호남지역 최대규모의 전력기기 전문업체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이 회사는 고저압 수배전반 제조를 비롯해 변압기, 모터, 비상 발전기, 인버터가 주력제품이다.
광주광산업체가 주춤하며 투자를 꺼리는 사이 이 회사는 올해 과감한 투자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230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매출이 있는 현재에 안주하기보다는 신기술개발과 신시장 개척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발전전략 때문이다.
해법은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 LED에서 찾고 있다. 한전 등 빛가람혁신도시 이전기업들이 속속 나주로 이전하면서 산업파급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무기는 1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온 전기전력 분야의 기술력과 노하우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먼저 R&D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대기업 출신의 연구소장을 영입하고 별도의 연구전담 기술연구소를 구축했다. 고급 R&D 경력자를 다수 채용 확보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생산직 등 100여명의 신규인력도 채용할 계획이다.
김기윤 기술연구소장은 “회사가 자랑하는 전기전력기술을 기반으로 태양광, 스마트 LED 조명 등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신제품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며 “지방에서 우수 연구인력을 확보하는데 일부 어려움이 있지만 기술연구와 직원 복지혜택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본관동, 조립생산동, 기계가공동, 복지동 등 2400평 규모의 현장은 최첨단시스템으로 구축됐다. 딱딱한 공장이미지 대신 예술미를 가미한 점이 눈에 띈다.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영산강을 바라볼 수 있으며, 외곽 담장을 모두 없앴다. 복지동 2층은 잘 꾸며진 원룸을 연상케했다. 20여곳의 생활관 시설은 외지 직원을 위한 것으로, 사용료는 모두 무료다.
현대이엔티의 투자소식은 지역산업계에 이슈로 떠올랐다.
LED 시장 미개화와 중국저가제품의 거센 추격으로 광주광산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려서다. 지난달 준공식에는 무려 1000여명의 내방객이 400여개의 화환과 화분을 들고 찾았다.
현대이엔티는 10년 이상 현대중공업 등 탄탄한 영업망을 확보했고 연간 2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매출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트남 등에 500만달러 이상의 수출실적도 올렸다.
노정규 사장은 “현재 태양광, LED 조명 분야는 분명 침체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시장은 반드시 열릴 것”이라며 “전기전력 분야의 오랜 근무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아파트 등 민간영역의 틈새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