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전문가 검토 그룹으로부터 새로운 핵연료 저장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전달 받았다. 핵연료 공론화 작업 이후 첫 보고서가 신규 저장고 확보로 방향을 잡으면서 원전 가동중지 등을 주장해 온 시민 단체와 논란이 예상됐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전문가 검토 그룹으로부터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관한 이슈 및 검토의견서’를 11일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의견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폐기물에 관한 법률상 용어 정비 △2016년 포화시점과 중장기 관리방안 실현 시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 △영구처분·재처리 등 모든 중장기 관리방안 동시 검토 △중수로와 경수로 핵연료 다르게 관리 △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전문가 참여 지원 제도 마련의 5개 제안사항을 전달했다.
이번 결과는 지질·재료·원자력·경제사회·법 등 관련 분야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그룹이 2월부터 7월까지 161일간 논쟁을 거쳐 얻어낸 산출물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저장시설 건설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부지확보 후 저장시설 건설에만 최소 6년이 필요했던 만큼, 부지 선정을 위한 국가 정책결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한미원자력협정으로 막혀 있는 재처리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전문가그룹은 핵연료 영구처분과 재처리·장기중간저장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허가된 건식저장용기와 핵연료 저장 및 처분시설 확보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 관리방안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핵연료의 최종 종착지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문가그룹 그룹장인 박종래 서울대 교수는 “국민안전 최우선의 원칙을 갖고, 각 전문가들이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다”며 “이번 결과가 정답은 아니지만 보다 현실적인 해답의 통로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핵연료 포화라는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많지 않았다. 원전이 가동한다는 전제 하에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에의 대응은 저장시설 확충과, 영구 격리, 재처리 정도가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답안이다.
문제는 이 중 어느 하나도 우리로서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저장시설 확충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과연 이를 어느 지역이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경주가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선정된 지 10년차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작업자 피복 등을 저장하는 시설도 10년 동안 갈등이 발생하는 지금, 고준위핵폐기물로 불리는 핵연료봉을 좁은 국토 어디에 저장할지 결정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영구격리는 중간저장시설 마련도 어려운 상황에서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재처리 방안도 사실상 미국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과 불안한 동북아 정세, 핵물질 외부 유출 문제 등은 한미원자력협정 재처리 허용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더 이상 논의로 낭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저장시설 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주민 수용성, 경제 파급효과, 미래세대 책임 등은 물론이고 사고확률, 사고 시 피해, 신뢰성을 감안한 지원비용 책정과 이를 위한 핵연료세 추가도입 등이 전문가들이 정부에 부여한 숙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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