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6개 에너지 신사업을 발굴해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에너지 중심 정책을 ‘공급 확대’에서 ‘수요 관리’로 전환하고 동시에 수요관리 시장 창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에너지 신시장 발굴은 ICT와 융합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써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 시작했다. 새로운 시장이 연착륙하면 2017년 2조원 규모 시장이 창출되고 1만 여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관건은 정부와 산업계가 얼마나 힘을 합쳐 시장을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다. 전자신문은 ‘에너지 신시장이 열린다’라는 제하로 7회에 걸쳐 각 부문별로 사업화 여부를 진단한 이 후 결산 좌담회를 개최했다. 8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6개 에너지 신사업의 바람직한 추진방향과 시장 창출을 위한 제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 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산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
△강혜정 IDRS 대표
△김병숙 한국전력 신성장동력본부장
△김지섭 LG CNS 상무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수요관리 정책단장
△정재기 한빛이디에스 대표(가나다 순)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부장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부장)= 정부는 최근 에너지정책 중심을 수요 관리로 전환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선정한 6개 에너지 신사업 추진 전략은 한발 더 나아가 수요관리 시장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정책의 의미와 추진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박기영 산업부 국장= 지난해 8월 ICT기반 수요관리 시장 창출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초에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도 공개했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무게 중심은 수요관리로 이동했다. 그동안 정책은 설비 투자를 포함해 안정적인 공급에 비중을 뒀다. 산업계 경제 성장과 투자에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과제였다.
하지만 경제 규모 커지고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 또 온실가스 감축 기조도 분명하다. 에너지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에서 수요 관리 중요성이 부각됐다. 한걸음 더 나아가 ICT기반 수요관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졌다.
내년은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한다.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 아래서 우리나라 업계도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당면 과제에 직면했다. 한편에서는 규제이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기조를 경제성장과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이런 분위기와 고민 끝에 에너지 신시장 창출 방안이 탄생했다. 6개월 이상 TF를 운영하면서 자발적 생태가 가능한 사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이미 공개한 네가와트, 전기차 서비스, ESS를 활용한 통합에너지 서비스 사업 등 대표적이다.
◇사회= 정부가 에너지 신시장 창출 발표 후 각 사업 분야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시사하는 바와 함께 기대 또는 부족한 점이 있으면 말해 달라.
◇강혜정 IDRS 대표= 먼저 ‘네가와트’ 사업에 대해 언급하겠다. 지능형 수요관리에 참여하는 업계 관계자는 모두 에너지 절약이라는 가치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낀다. 건물과 공장주도 수요관리가 거래 시장에 참여하고 국가 전반 에너지절약 제고할 수 있다는데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지능형 DR사업자는 100개가 좀 넘는다. 실제 활동하는 곳은 몇 개 안된다. 경제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만나서 왜 적극적으로 사업 전개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돈이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대기업이 그렇다. 전문 역량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은 이 사업에 소극적이다. 수익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중소기업 중심 시장으로 출발할 것이다. 시장 규모와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 수요관리 자원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시장이 운영될 수 없다.
◇김지섭 LG CNS 상무= 네가와트 분야에서 성공 기업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에너지풀’같은 기업이 어떻게 탄생했을까를 잘 봐야 한다. 우선 전력 시장 환경이 크게 다르다. 전기 요금 차이도 크다. 국내 전기 요금은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 해외에서 네가와트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현실적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요금 체계도 한몫을 한다.
◇강혜정= 물론 요금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절약 의식이 필요하다. 미국 사례를 보면 에너지절약에 주로 참여하는 계층은 전력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 반대로 진짜 절약이 필요한 다소비층은 절약에 소극적이다.
◇김지섭=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미국은 전기요금이 변동적이다. 발전 상황에 따라 요금이 바뀌고 수요관리 시장이 크기 때문에 네가와트 사업이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이 좋다. 다만 인센티브는 국가가 주는 것이 아니다. 민간이 만들어 내야 한다.
◇김병숙 한국전력 신성장동력본부장= 전기요금 이야기가 나와 한마디 하겠다. 현재 전기요금은 원가를 100%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나라 요금이 외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네가와트 사업도 전기요금에 따라 활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네가와트 사업도 아직은 생소하다. 전원 계획상 앞으로 공급 부문에서 신설 발전소도 반영된다. 만약 예비율이 높아진다면 네가와트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다. 요금이 낮고 공급도 늘면 절약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 우려스럽다.
◇박기영= 미국에서 검증한 자료를 보면 같은 수요관리가 발전소 공급에 비해 약 40% 정도 더 싸다. 즉 1㎾ 전력을 생산하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비용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이다. 경제성 논리로 봐도 네가와트 사업 확대 필요성이 크다. 수요 관리 자원은 불특정 다수다. 저변이 넓다. 특정 대규모 수용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소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급은 대규모 발전소만 단락되면 전력난이 발생한다.
◇사회= 전력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면 네가와트 사업을 통한 절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강혜정: 네가와트 사업은 철저히 계약으로 이행된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상응하는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
◇정재기 한빛이디에스 대표= 분위기가 중요하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확보되면 사업에 나서게 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 회사가 진출한 태양광 대여 사업은 중소기업에 적합하다고 본다. 대기업 단가 맞추기 힘들다. 모듈, 제품 제조는 대기업이 하는 것이 맞고 소형 설치는 중소시업이 전담하는 것이 맞다.
◇박기영= 정부도 시장 창출에 있어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신시장 창출 계획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중소기업과 협력이 가능한 초기 시장에는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시장창출이 원활해지고 홍보 효과도 있다. 시장상황에 따라 대기업 참여를 다시 고민할 수 있다.
◇강혜정= 중소기업도 경험을 쌓으면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곳이 많다. 초기 시장인 만큰 중소기업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보호해줘야 한다.
◇정재기=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소 기업 상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가격 경쟁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중소기업 자생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대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시장 운영 원칙이 있어야 한다.
◇김병숙= 초기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선도적으로 나서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한전은 ESS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 민간 분야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전이 실증 차원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ESS보급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한전입장에서 가장 필요하고 경제성이 나오는 사업은 주파수 보정 (FR)사업이다. FR사업을 하면 발전기 감발 운전을 줄일 수 있다. 비싼 발전기를 안 돌릴 수 있다. 대기업 참여가 다 나쁜 것이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아주 좋은 사업 모델이다. 전기공학과 교수들도 관심이 많다. 한전이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기영= FR사업은 한전외 사업자가 참여하기 힘들다. 민간사업 영역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김지섭= 다른 맥락에서 이야기 해보면 전력 산업 구조도 변해야 한다. 판매 부문 독점이 풀리면 다양한 전력 사업 모델이 파생할 것이다. 물론 갑작스런 요금 인상에 대한 충격은 막아야 한다. 요금제 구간도 세분화해야 한다. 수용가별로 차별을 둬야 한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수용가가 더 부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박기영=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려 한다. 전력 재판매의 부분적 허용도 계획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필요하고 성장해야 할 사업은 사실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이다. 에너지 서비스 기업으로 개념도 재정립하고 있다.
국내는 1992년도 도입됐는데 20년 전과 지금 산업 수준이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 미국은 경영기법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발전했다. ESCO 장점은 소규모 수용가가 모여 국가적으로 아주 큰 절감량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정부 정책 기본 방향은 ESCO다. 민간 수요관리의 핵심이다. ESCO는 특정 사업군을 지칭한다. ESCO기업 자격 요건도 정해져 있다. 지원 대상 품목도 정해져 있다. 이 모든 틀을 다 깨고 새로운 개념 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벤처기업이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다면 이 기업도 ESCO사업을 할 수 있다. 어떤 영역에서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ESCO 기업으로서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과 민간 분야 전반에 ESCO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ESCO기업 등록요건, 대상 품목 등 운영조건을 크게 손질할 계획이다.
◇사회=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6개 분야 핵심 사업자, 사업별 주도 업체군 등이 만들어져 있나.
◇박기영= 에너지 자립섬 등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은 아직은 민간 참여가 힘들다. 한전이 나서서 실증하고 있다. 성과를 보여주고 향후 도서지역을 민간에 오픈할 계획이다.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태양광 대여 사업이다. 이미 사업자 선정이 끝났고 사업이 시작됐다. 6개 신시장 창출에 있어 대중소기업 생상은 기본적으로 고민할 사항이다. 시간을 두고 구체적 상생 모델을 지속 만들어 갈 것이다.
◇사회= 전기차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산업 활성화 정도가 어떤가.
◇김지섭= 아마 대다수 기업이 관심이 클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써는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다.
◇박기영= 전기차 시장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핵심 타깃은 서비스 기업이다. 시범 지역 선정해서 충전 인프라 보급하고 보조금 지원하는 등 확산 계획이 있다. 먼저 정부가 실증을 주도하고 나면 민간이 참여하는 시장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간 주도 시장은 나중이다.
◇강병준: 전기차 충전 요금 가이드라인은 마련된 상태인가.
◇김병숙= 마련돼 있다. 하지만 충전기 보급이 안 되면 요금제는 의미가 없다. 홈 충전기 보급이 잘돼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아파트다. 신규 아파트는 건설시 충전인프라를 같이 구축하면 된다. 기존 아파트는 대규모 공사가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은 물론 주변 송배전 용량도 변경해야 한다. 보급에 있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시에 몇 백대가 물리면 모든 송배전반 인프라를 다 바꿔야 한다. 용량 문제가 생긴다. 100세대면 100대분 인프라가 필요하다. 신설할 때는 고려하면 되는데 기존 시설은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V2H 기술도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이미 하고 있다. 가정과 자동차간 전력 공급이 자유로워야 한다.
◇김지섭= 마트 공공기관에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도 방안이다. 민간수요가 늘면 공공, 마트도 충전 인프라 설치가 활발해 질 것이다.
◇사회= 독립형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과 태양광 대여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없나.
◇김병숙= 도서지역은 신재생 발전원을 설치하는데 많은 무리가 따른다. 가장 먼저 사업을 추진하는 울릉도만 해도 인허가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풍력, 태양광 보다는 지열, 수력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열 잠재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각 도서 현실에 맞는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안 팔금도는 풍력 자원이 굉장히 우수하다. 3㎿급 풍력발전기 3기를 설치했는데 5년 만에 투자비를 회수했다. 발전효율이 25% 이상이다. 도서지역 사업은 그 지역에 맞는 특화모델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정재기= 태양광 대여사업은 월 전력 사용량이 350㎾h이면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350㎾h 사용하는 가정은 태양광 발전으로 큰 이익을 얻기 힘들다. 결국 450㎾h 이상 사용하는 가정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데 국내에 전력 다소비 일반 가정이 많지 않다. 설령 있다고 해도 절약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업이 장기화되면 시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 회사는 대여비 구간을 세분화했다. 회사 수익은 줄지만 영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장기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정리=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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