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참여 여부를 묻는 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중단된 정부와 의료계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행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오는 14일까지 3일간 예정된 설문조사는 원격의료 찬반과 원격의료 시범사업 찬반 의견을 묻고 있다. 또 정부의 시범사업 강행 시 대응방안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이번 조사가 관심을 끄는 건 지난 7월 중순 이후 중단됐던 정부와 의료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논의의 재개 여부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지난 3월 의-정 논의를 거쳐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의협의 내부 갈등으로 시범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지난 7월 17일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 복지부는 “의협이 당초 약속한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단독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원격의료를 둘러싼 갈등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뿐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만약 이번 설문 조사에서 시범사업 찬성이 다수를 이룬다면 의협은 시범사업 불참을 고수하기 어렵게 된다. 의협은 그동안 회원들의 반대를 이유로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반대 의견이 더 많게 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대정부 투쟁 근거가 더욱 명확해져 시범사업 반대는 물론이고 의료법 개정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실제로 의협은 이번 설문에서 정부가 원격의료 및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을 강행할 때 휴폐업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묻고 있어 집단휴진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협 비대위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집행부가 회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설문은 14일 오후 6시 마감된다. 하지만 집계까지 시간과 공휴일 등의 이유로 오는 18일 이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 설문조사가 원격의료 갈등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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