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사장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을 이끌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매출은 제자리걸음이고, 심지어 회사를 떠나는 직원도 늘어나고 있다. 고민이 많아진 A사장은 이전 직장에서 상사로 모셨던 B사장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B사장은 “자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질문하는 리더가 아니라는 것이네”라고 말했다. 아니 이것저것 지시할 것도 많은데 무슨 질문을 하라는 것일까.
‘7:3 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는 많은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효율적 의사소통을 위한 황금 비율이다. 대화 시간의 70%는 상대의 말을 듣는 데에 쓰고, 내가 말을 하는 데에는 30%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상대가 70%를 말하도록 하려면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이 바로 질문이다. 질문을 함으로써 상대가 말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 이는 리더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글로벌 리더십 교육기관 CCL(창조적 리더십센터)에서 119명의 성공한 글로벌 기업 사장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리더의 필수 덕목’ 설문조사를 했다. 1위를 차지한 답변이 바로 ‘질문하는 리더’였다. 시간 관리, 자기계발보다 ‘질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질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 ‘질문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리더’라는 항목도 4위와 6위에 올랐다. 그만큼 리더에게 질문은 중요하다. 물론 질문보다 지시가 훨씬 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지시를 받는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 숙제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엄마가 방문을 열고 “숙제해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본 경험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갑자기 숙제하기 싫어졌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엄마가 ‘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이 시키는 일은 이상하리만치 하기가 싫어지는 것, 이는 사람들이 누구나 본능적으로 가진 ‘자기결정권’ 때문이다. 엄마의 “숙제해라!”라는 한마디처럼 일방적인 지시는 자기결정권을 없애버린다.
이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부하직원들이 항상 상사의 지시만 받는다면 그 직원은 자기결정권이 없는 일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시키는 일만 하는 노예와 다름없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의욕을 떨어뜨리고 심해지면 결국 회사를 떠나게 만든다. 그래서 질문이 필요하다.
모 대기업 회장 이야기다. 회사 소유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그는 ‘17번 홀 티박스 주변에 소나무를 심으면 경관이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골프장 관리담당 임원을 불렀다. 그리고 그는 바로 지시를 내리는 대신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17번 홀을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다 관리담당 임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회장님, 멋진 소나무를 심으면 어떨까요?”
나중에 이 광경을 본 사람이 “그냥 ‘소나무를 심어라’ 하고 시키면 될 일을 왜 그리 일일이 상의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회장은 말했다. “사람은 신바람 날 때 일을 가장 잘하는데, 부하 입장에선 상사 지시에 따라 일하면 신바람이 안 난다. 자기 생각이 들어간 일을 할 때 비로소 신이 나게 된다.”
이렇게 질문을 통해 부하직원을 ‘시키는 일만 하는 노예’에서 ‘내가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는 주인’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다. 시간도 훨씬 더 많이 걸리고, 부하직원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면 그를 설득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부하직원들을 자발적인 파트너로서 일하게 할 수 있다.
문제 상황에서 A사장은 지시 대신 질문을 함으로써 부하직원이 스스로 ‘문제’를 고민하고 ‘개선 방향’을 찾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직원이 스스로 고민해 아이디어들을 가져와 이야기할 때 사장이 맞장구치고 아이디어를 칭찬하는 것만으로도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신바람 나게 일하도록 만들 수 있다.
질문 리더십의 요체는 상사가 답을 알고 있더라도 그 답을 자기 것이 아니라 부하직원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과거의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지만 미래의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질문은 직원을 노예에서 주인으로 바꾸어주는 리더십 기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공동기획: 전자신문·IGM창조비즈킷
리더는 지시가 아니라 질문으로 부하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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