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저변 확대를 위해 추진된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이하 저탄소차제도)’가 자동차 업계와 산업부, 환경부 간 갈등에 ‘핑퐁 싸움’만 반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법 국회 제출 당시 제도 도입에 합의했던 자동차업계는 입장을 바꿔 철회를 요구하고 산업부는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꿔 왔다. 환경부는 관련법이 통과되고 자동차업계의 합의를 구했지만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문제를 키워왔다.
최봉홍 의원실은 저탄소차제도와 관련 2012년 당시 정부가 국내 자동차 제작사와 제도 도입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지만 관련 작업 착수에 미온적이었음을 공식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저탄소차제도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번복과 환경부의 업무상 책임 소홀 등을 지적할 예정이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당초 산업부와 환경부, 국토부는 그린카 산업 발전 전략과 과제를 위해 저탄소차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제10차 녹색위 보고 대회시 산업부는 초기 시장 창출 및 보급기반 확충 전략에 보조금과 부담금 제도 도입을 포함시켰다. 2012년에는 관련 논의가 한발 더 앞서 나갔다. 산업부는 석유소비 절감대책에 저탄소차제도 도입 방안을 포함했고, 최봉홍 의원은 근거법인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환경부도 관련 방안을 마련했다.
2015년 제도 시행도 자동차 업계의 요구였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 당시 자동차산업협회는 업계가 준비할 수 있는 대응기간 부여를 이유로 2015년 이후 시행을 요구했다. 현재 제도 시행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당시 환경부 추진 방안에 대해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제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 관련 기술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환경부는 보조금과 부담금 구간을 넓히는 등 각자의 이권만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저탄소차제도는 파국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산업계는 저탄소차제도의 전면 보류를 요구하고 산업부도 환경부에 제도시행 유보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환경부는 보조금과 부담금 구간을 손보더라도 시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저탄소차제도는 14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시행여부와 2015년 보조금 구간의 변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헛수고가 되어 버린 5년간의 협의
친환경차 시장을 육성하고자 진행됐던 그동안 노력이 헛수고가 됐다. 저탄소차제도 관련 자동차 업계와 산업부, 환경부의 당초 약속 중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없다.
저탄소차제도 도입 논의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제4차 녹색위 보고대회에서 자동차 연비와 온실가스 개선방안으로 차량 구매자 대상 인센티브-디스인센티브 도입이 보고됐다. 그 다음해인 2010년에는 녹색성장기본법에 도입 근거를 마련해 온실가스 다량 배출차에 부담금 부과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그린카 산업 발전전략 및 과제, 석유소비 절감대책 등을 통해 보조금과 부담금을 기본으로 하는 제도는 계속 힘을 받아왔다.
2012년 개정안 발의 당시 제도시행을 2013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내 업계가 친환경차를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는 기존처럼 중대형차에 주력했고, 약속한 시일이 다가오는 지금도 친환경차 관련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금은 아예 제도 철회를 주장하면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업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보호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과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성장동력 육성의 의지는 내비치나 국가경쟁력 약화를 외치는 산업계의 목소리에 흔들리고 있다. 2012년에는 저탄소차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환경부에 2015년 이후 도입여부 재검토를 요구했고, 최근에는 시행 유보를 요청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권교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저탄소녹색성장을 기조로 삼았던 기존 정부에선 정책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태도를 바꿨다는 관측이다.
제도 시행에 대한 환경부의 욕심도 지적 대상이다. 2012년 당시 환경부와 업계가 구상한 제도안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세부 구간에 차이는 있었지만, 최대 보조금과 부담금이 각각 300만원 수준으로 대동소이 했다. 지난해 이 구간에 대해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는 다시 한 번 협의하기로 했지만, 환경부가 최대 부담금을 700만원까지 고려한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그나마 최근 3개 국책연구기관 공동연구에서 한층 완화된 보조금 구간 시나리오(가안)가 나왔지만 최고 부담금 400만원으로 2012년 당시 보다 높다는 게 자동차 업계 의견이다.
저탄소차제도 갈등으로 부처간 협력 시스템도 무너졌다. 지난해 12월 경제현안 관계장관회의와 총리주재 국무위원 간담회 등에서 2015년 시행하되 소비자와 산업계 부담이 최소화되는 수준으로 진행하자는 합의를 했지만, 결과는 시행여부 재검토로 모든 합의가 무용지물이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저탄소차제도가 이번 재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2015년 시행이 결정되더라도 구간이 대폭 수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 관련 협의 내역
2012년 기준 보조금 부담금 구상 안(구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g/㎞, 금액 단위: 만원)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보조금 부담금 구상 안(구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g/㎞, 금액 단위: 만원)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