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가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이 대회는 기초과학 분야 최대 학술행사로 1897년 스위스 취리히 대회 이래 117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나눔으로 희망이 되는 축제:후발국에 꿈과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21일까지 열리는 서울 대회는 세계 120여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1990년)·중국(2002년)·인도(2010년)에 이어 4번째로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지난 4년간 도출된 수학 분야 연구 성과를 조망하고 수학의 미래 발전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진기록이 나왔다.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필즈상을 받으면서 117년 대회 역사상 첫 여성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미르자카니 교수가 수상하면서 대회 주최국 국가원수(박근혜 대통령)와 주최기관 국제수학연맹회장(잉그리드 도브시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 수상자가 모두 여성인 진기록이 탄생했다.
브라질 출신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 연구원은 남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첫 필즈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출신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도 나란히 필즈상을 수상했다.

◇첫 여성 수상자 미르자카니 교수
1977년 이란에서 태어난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하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지난 200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클레이수학연구소 연구원, 프린스턴대 조교수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대에서 후학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하학의 난제로 알려진 ‘모듈라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데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모듈라이 공간은 대수적 다양체(다항식으로 이뤄진 방정식의 해 집합)의 분류·성질·변형 가능성 등 다양한 질문에 활용할 수 있어 기하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동안 모듈라이 공간은 복잡성과 비균질성 때문에 직접 연구 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됐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지속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모듈라이 공간에서 특정 부피를 계산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다. 이 방법은 우주의 정확한 모양·부피를 파악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지난 2009·2013년 순수수학 연구를 발전시킨 공로로 블루멘탈상과 미국수락회의 새터상을 각각 수상했다.

◇브라질이 낳은 수학 천재 아빌라 교수
아빌라 교수는 1979년생 브라질에서 태어나 2001년 브라질 국립 순수응용수학원(IMPA)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초 프랑스로 귀화한 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석학 연구원에 오를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아빌라 교수는 동력학계(Dynamical System)에서 획기적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그는 동력학계의 다양한 층위 안에서 무작위로 하나를 선택하면 안정적이거나 불규칙한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해 동력학계 움직임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제공했다. 물체의 장기적 움직임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난제 푼 바르가바 교수
바르가바 교수는 대수적 정수론 분야에서 획기적 발전을 끌어낸 인물로 평가된다. 1974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바르가바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2001년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03년 29세 나이로 정교수에 임용돼 프린스턴대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교수가 됐다. 현재는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바르가바 교수는 프린스턴대학원 재학 시절 2차 다항식 집합에 주어진 가우스(19세기 초반의 독일 수학자)의 연산법칙을 루빅스 큐브를 이용해 직관적 방법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를 활용해 가우스의 연산법칙을 더 높은 차수 다항식으로 확장한 연산법칙 13개를 발견했다.

◇확률편미분방정식 선구자 헤어러 교수
197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헤어러 교수는 지난 2001년 스위스 제네바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영국으로 건너와 현재 워릭대 수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헤어러는 확률편미분방정식 연구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다. 미분방정식은 17세기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해 개발된 미적분학이 뿌리다. 이 가운데 미래의 각 시점 위치를 정확히 결정하는 것을 ‘결정적’, 임의성을 담은 것을 ‘확률적’이라고 각각 부른다.
헤어러 교수가 발견한 확률편미분방정식은 임의성 속에 2개 이상 변수를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 수학계는 그가 비선형 확률편미분방정식을 연구하는데 많은 장애물을 없앤 것으로 평가한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