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7>CIO가 CEO가 되고 나면?

우리가 누군가처럼 되고 싶다면 그 사람을 흉내 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항상 가고 싶은 자리에 앉아 있는 자기를 상상하면서 ‘나 같으면 이렇게 할 텐데’라고 머릿속으로 훈련을 하고 있어야 한다. CIO가 CEO가 되고 싶으면 내가 CEO로서 이런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해 봐야 한다.

CIO에서 CEO가 되고 보면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과 접하게 된다. CIO시절에는 정보서비스부문만 잘 관리하고 운영하면 됐지만 CEO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평소에 임원회의에서 들었던 내용만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 이럴 줄 알았더라면 다른 부서 업무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려고 노력 할 걸’하는 후회도 많이 했다. 매사 그렇듯 후회하면 늦다. 그렇다고 사장되기 전에 모든 일을 다 두루 경험 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모든 일을 CEO가 다 잘 알고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CIO가 되면 다음 목표는 당연히 CEO가 되어야 하고 그것도 존경 받는 CEO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자기 역할에 대한 방향 설정을 잘해야 한다. 내부적으론 대게 두가지 방향이 있다. 편안한 미소를 띠면서 모진 소리 안하고 노조와 친하게 지내면서 대과없이 임기를 마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모든 관행과 업무 처리 방식을 하나씩 다 뜯어 보고 오래된 문제들을 격파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노조와도 대립하게 된다. 외부적으로도 비슷한데 부지런히 이해 당사자들과 만나서 소통하고 경쟁사들과도 현상을 유지하는 방법과 경쟁사들과 대립하고 시장 점유율 싸움을 힘차게 하는 방법이다. 내부와 외부 각각 2분면을 서로 가로와 세로로 대립시키면 4가지 선택이 나온다. 서울대 윤석철 교수의 너 죽고 살고, 나 죽고 살고의 4분면 원리를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 많은 CEO들이 있다. 이 4분면에 대입해 보면 대충 어떤 포지션에 있는지 나온다. 처음에 나는 어떤 CEO가 될 것인가를 산업의 성장커브, 회사의 지배구조, 경쟁력, 임직원의 자질과 자세, 잠재력, 노조의 협조 등을 보면서 잘 포지셔닝해야 한다. 이 설정이 잘못되면 임기 내내 헛수고만 하다가 마치는 경우도 있다.

둘째, 회사 내 외부 사람들과 비공식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내 외부와의 관계형성이 잘 되어 있으면 필요한 때에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원진이 탄탄해 보여도 자기들이 경험한 영역에서는 잘 알지만 새로운 영역이나 겹치는 부분에서는 다들 깜깜이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는 반대 입장의 임원·팀장 의견들을 찬찬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암 의심 환자가 최소한 3군데 병원에 가서 확진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중요한 건에 대해 최소한 3군데 이상의 자문을 받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자문을 공식적으로 받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비용도 들기 때문에 주위에 많은 인맥을 갖고 있으면 다양한 의견들을 수시로 수렴해서 내부의 의견과 외부의 의견을 종합해서 판단하게 되면 큰 실수는 없다.

많은 신참 CEO들이 회사 일에 집중하고 지금은 여유가 없다는 명목으로 외부와의 네트워킹에 소홀히 하는 것을 봤다. 회사 내부가 엉망일수록 외부의 도움으로 극복해야 하는 법이다. 엉망인 회사가 CEO만 야전침대에서 잔다고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을까?

셋째, 경쟁력있는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 경영을 하다 보면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문화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기업문화는 전직원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이다. 이 가치관이 잘못돼 있으면 아무리 CEO가 앞에서 소리 질러대도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문제는 기업문화를 바꾸려면 최소한 5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CEO 임기나 권한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업문화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고는 혁신이니 개혁이니 하는 노력들이 진실되게 실행되지 못한다.

넷째, 경영임원들의 구성을 자기 의지를 갖고 해야 한다. 남이 해 놓은 조직을 갖고 성과 내기가 어렵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임원들을 데리고 팀웍을 이루기도 힘들다. CEO가 될 때 확실하게 인사권을 확보해 작지만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대부분의 CEO 임기가 2~3년에 불과하다. 가르치면서 혁신을 추진 할 시간이 없다. 문제가 생겼을 때 CEO를 위해 임원들이 서로 나서는 그런 조직이 아니라면 그냥 대과없이 임기를 잘 마치는 쪽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회사나 개인에게 좋은 일이다. 둘 중 하나를 잘 선택해야 한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