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정책 결정, 국회와 줄다리기 남았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정책 관련 배출권거래제 시행 시기를 내년 1월로 그대로 유지하고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당정협의회로 넘기기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당정협의회로 공이 넘어간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잠정 연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장관 등은 지난 14일 배출권거래제를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제도 관련 회의를 열었다. 회동에서 각 부처는 배출권거래제 내년 1월 시행에 잠정 합의하고 대신 기업별 할당량 등 제도 수위는 조절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5년 안팎에서 시행을 연기하는 안과 그대로 시행하는 안이 논의됐지만 차후 당정협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논의는 내년 시행 예정인 두 제도에 산업계 반발이 커지면서 시행 여부와 적용 수위를 재검토하기 위해 추진됐다.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준비된 제도다.

국회는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만 유지하고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연기하려는 것에 문제점을 지적할 전망이다. 앞서 국회는 두 제도에 대한 최 부총리의 재검토 의견에 행정부의 입법 권한 침해로 해석해 왔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 차원에서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원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에서 정부부처의 법안 무시 행태를 질책할 계획이다. 환노위는 저탄소차 협력금제 시행 연기 검토에 대해 공청회를 여는 한편 최 부총리에 대한 청문회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오랜 고민 끝에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환경 보존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 방향을 고수하거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존 약속을 파기하거나 하는 식의 결정이 아닌 하나 주고 다른 하나를 빼는 모호한 선택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계 부담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선택이지만 실제로 두 목적 모두 달성 여부는 그리 밝지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그대로 둔 이유에 대해 국제사회 신뢰 유지를 언급하고 있다.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절감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한 상황에서 이를 전면 재수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미 지난해 배출전망치 재산정 작업에서도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성을 중시하기로 했던 정부다. 대신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연기해 조금이나마 산업계 부담을 줄이자는 복안이다.

하지만 배출권거래제는 놔둔 채 저탄소차 협력금제만 연기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부담을 줄이더라도 전체 산업계 부담은 그대로인 결과를 가져온다. 오히려 자동차 이외에 발전, 철강 등 다른 산업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운송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다른 산업 부문에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배출권거래제는 그대로 시행하고 일부 자동차 업계만 해당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만 연기한 정부의 선택을 산업계가 얼마나 공감할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시행연기 가능 여부도 의문이다. 현재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법령이 모두 완성된 상태로 하위법령에서 바꿀 수 있는 부문은 차량 보조금 규모와 부담금 수준 정도다. 시행시기를 연기하려면 법령 개정작업이 필요하며 이 역시 결국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애초 정부부처는 제도 시행을 연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