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프린터 업계가 복합기를 재제조 품질 인증 대상품목에 포함시킨다는 정부 계획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재제조로 인해 제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특허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원 재활용을 위해 재제조 제품 시장 확대에 나선 정부 계획에 제조업계가 정면으로 반기를 들은 셈이다.
삼성전자, 한국휴렛팩커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신도리코, 태흥아이시스는 복합기의 재제조 품질인증 대상품목 지정이 부적합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환경부에 전달했다. 재제조는 사용이 끝난 제품이나 부품을 회수해 보수, 재조립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말한다.
정부는 재제조 제품 품질 저하 방지를 목적으로 품질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우수 재제조품과 저질 재생품을 구별할 수 있도록 마련한 조치다. 자동차 부품인 교류발전기, 시동전동기, 등속조인트 등 20개 제품과 전기·전자제품과 부품인 정수기용 동기모터, 공기청정기용 파티클 센서, 비데용 에어펌프 등 8개가 품질인증 대상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인증대상 대상 품목에 복합기를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제조업계는 ‘복합기는 첨단기술 제품으로 특허를 포함한 많은 지식재산권을 보유해 엄연한 생산 행위인 재제조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정부 계획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복합기를 수리해 재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AS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질 수 있다는 점을 반대논리로 들었다.
복합기 제조업계 반발은 최근 토너카트리지 특허소송에서 승소한 캐논 사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캐논은 국내 토너카트리지 제조업계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정부는 복합기의 재제조 품질인증 대상품목 지정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캐논이 ‘토너카트리지 특허소송 승소기사’로 제시한 사건은 재제조 기업과 무관한 신품생산 기업간 분쟁으로 해석하고 있다. 복합기 제조업계가 제시한 판례도 디자인권(의장권) 침해 사건, 상표권 침해 사건으로 재제조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 정부도 재제조 시장을 활성화하는 상황에서 특허 침해에 대한 시비가 발생하지 않는데 주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제조 행위는 제품 동일성이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 상품 기능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한 행위이고 ‘수리’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는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시장 축소를 우려하는 업계 이기주의가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판단해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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