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 육성 정부 의지 어디 갔나...업계, "말뿐인 육성책에 위기감만 고조"

정부 대책 마련 시급

지식재산(IP)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는 IP서비스산업이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 지원책까지 체감효과가 떨어지면서 관련 업계가 큰 위기를 맞았다. 대기업의 발주량이 급감하면서 기업의 존폐가 걸린 영세업체가 늘어나 생태계 붕괴 우려의 지적도 나왔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일부 대기업이 특허업무 관련 외주 물량을 대폭 줄이면서 IP서비스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A특허조사전문업체는 최근 매출이 급감하며 애써 양성한 고급인력 일부를 내보냈다. 특허조사 업무에서 고급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인력 양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어려움이 더 컸다는 것이다.

IP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B업체는 지난해 대비 수주물량이 40%정도 감소했다. 대기업의 물량 축소에다 유사 경쟁업체가 늘면서 영향을 받았다.

정부 지원책도 현장에 스며들지 않은 상황이다. 지식재산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적정가격 가이드라인’ 마련은 수년째 제자리다. 해당 과제는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연구 규모가 너무 작아 현황이 구체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전문업체 지정’ 근거 마련 역시 시급하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발명진흥법 개정안’은 1년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노영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산업재산권 전문회사 지정·취소·정부지원 근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업계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IP서비스 분야 재정투자 확대’ 역시 일러야 내년 초 또는 중반께나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이 모태펀드 특허계정으로 50억원 규모 ‘IP서비스 기업투자펀드’ 조성을 추진 중이지만 10월에 운용사 선정공고를 내고 조성이 완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지난해 6월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 전략’을 통해 △IP서비스 재정투자 확대 △적정가격 가이드라인 제시 △IP서비스 유망기업 200개 육성 등 9가지 실행과제를 약속했다. 업계는 이 선언이 1년 넘도록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특허정보업체 대표는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정부가 지식재산에 큰 관심을 보이며 각종 진흥정책을 내놨지만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국내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업체들과의 경쟁도 격화되면서 사실상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섭 IP서비스협회 사무국장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져가지만 IP서비스산업 관련 정책은 내년도 예산안에 제대로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며 “업계도 고객 다변화와 품질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생태계 유지를 위한 정부의 시급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관련 업계의 어려움은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 직접적인 지원 시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식재산 기반 창조경제 실현전략에서 제시된 제도적 지원책 대부분이 현재 사전 연구조사 등 준비 절차를 진행 중에 있어 실제 도입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산업 육성전략 발표에 앞서 지식재산서비스산업 대책도 여러 경로로 건의했으나 관련 산업의 인지도 및 제도적 기반 부족으로 잘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며 “IP서비스산업 분야 산업 특수분류 제정과 산자위 계류 중인 발명진흥법 개정안 통과 등이 이뤄지면 이를 기반으로 직간접적 지원정책을 추가로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창조경제 실현전략’ 지식재산서비스업 과제 추진 실적

(자료:특허청, 2014년 8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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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