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 의식·업무방식 개혁 없이 규제혁파 없다

정부가 행정규제기본법을 개정해 모든 행정규제에 규제비용 총량제를 도입하고 규제 일몰제를 적용하는 등 16년 만에 규제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규제비용 총량제는 새 규제를 만들 때 상응하는 비용의 기존 규제를 철폐하는 제도다. 규제 신설로 기업 등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10억원이라면 동일한 비용이 발생하는 다른 규제를 없애야 한다. 건수 위주로 규제를 관리하던 규제 건수 총량제의 허점을 보완했다.

영국은 비용총량제를 도입해 지난 2011년부터 12억파운드의 규제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비용총량제를 잘 운용하다면 규제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할 것이다. 이 제도가 자리를 잡으려면 규제비용에 대한 객관적이며 정확한 계산·검증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공무원이 일하는 방식과 의식을 바꾸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 열린 마음으로 법령을 해석하고 개선 규제를 발굴하는 등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끝장토론을 벌인 지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규제 양산 관행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규제개혁 추진 노력과 달리 규제정보포털에 등록된 중앙부처 규제는 되레 더 늘었다. 14일 현재 1만5326건으로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있었던 올 3월 1만5303건에 비해 23건이 늘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관련 규제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그만큼 규제 줄이기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공무원은 규제를 수단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하려는 속성이 있다. 거의 본능에 가깝다. 또 규제가 없어 문제가 발생하면 돌아올 책임을 우려해 규제를 만들기도 한다. 결국 규제개혁의 당위성을 깨닫고 이를 업무에 반영할 공직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공무원 의식을 바꾸려면 규제개선에 앞장선 공무원에게 질책보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 좀처럼 줄지 않는 규제 건수보다 의식과 업무방식 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