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열풍의 근저에는 고유가 시대가 놓여 있다. 국제유가는 2008년 오일쇼크 이후 내려가는 듯 하다 2011년부터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연비가 높은 차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수입차 판매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BMW 520d, 메르세데스-벤츠 E220 CDI, 폴크스바겐 파사트 2.0 TDI 등의 공통점은 디젤 세단으로서 리터당 14㎞를 훌쩍 넘는 고연비를 갖췄다는 점이다. 최근 출시한 현대차 그랜저 디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14㎞/ℓ에 달하는 연비 덕분이다. 수입차와 국산차를 막론하고 고연비가 먹히는 것이다.
그러나 디젤엔진 기술 발전에 따른 디젤차 인기의 급속한 확산은 생각해볼 과제를 던진다. 우리나라는 상업용 차량 우대정책에 따라 경유가 휘발유 가격보다 싸게 유지되고 있다. 휘발유에는 리터당 529원의 유류세가 부과되지만 경유는 375원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0일 현재 전국 평균유가는 휘발유 1841원, 경유 1643원 수준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12% 정도 싸다. 가격 차에 따른 이득은 고스란히 디젤차 소유자가 가져간다. 현행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애초 정책 목표와 현실이 다르게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민거리다.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도 디젤차 보급과 관련해 생각해봐야 한다. 디젤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 제도에 유리하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디젤차 보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디젤차 기술이 좋은 수입차가 과실을 따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