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 일관성이 실종됐다. 기업에서는 몇 년 새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 때문에 에너지 사업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요즘 발전사업, 정유사업 등 대표적인 에너지 산업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부는 최근 전력거래제도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논의 중인 내용에 전력계통한계가격(SMP) 결정방식 변경, 용량가격(CP) 재산정, 정산조정계수 제도 변경 등이 담겼다. 논의 골자는 발전사업자가 적정한 수익만 올리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몇 년 새 높은 수익을 얻은 민간발전사 수익을 제한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정부가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사업 여건을 만들고 민간기업에 발전사업 참여를 종용하더니 갑자기 수익이 너무 높다며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책에 맞춰 수조원을 투자해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더니, 발전소가 완공될 시점에 수익을 제한하겠다고 말을 바꾸니 민간발전사 입장에서는 펄쩍 뛸 노릇이다.
민간 발전사는 제도가 바뀌면 이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투자비 회수 등 금융전략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사업을 새로 검토해야 한다. 제도 변경으로 발전사업 투자에 대한 모든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못해먹겠다는 하소연이 나올 법하다.
정유 사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경쟁력 있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정유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정유4사 체계를 만든 것이 정부인데, 요즘에는 독과점으로 정유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석유화학회사와 석유제품 수입사 등을 끌어들여 경쟁촉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석유시장 개입 덕분에 정유사는 내수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도 줄고 내수시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없는 정유사는 사상 최악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발전소를 짓거나 석유정제시설을 증설하는 데는 수조원의 투자비가 들어간다. 대규모 투자사업은 일관성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계획이 그려져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정부가 정책을 들쭉날쭉 하지 않아도 기업이 에너지사업을 수행하는 데 충분히 어려운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에너지 기업이 사업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기본 조건’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