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이 소폭 하락한 것은 매출액 증감과 개별 기업집단의 사업구조 변경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체 매출액 감소와 SK·KT 등의 회사분할에 따른 내부거래 금액 증가가 특징으로 꼽힌다.
정부 정책과 기업집단의 자발적 축소노력 등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상속증여세법상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와 관련 증여세를 도입하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신설했다.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K였다. SK는 내부거래 금액 40조5000억원, 비중은 26.01%로 나타났다. 이는 SK에너지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인천석유화학을 인적분할하면서 기존 사업부 간 사내거래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K에 이어 내부거래 금액은 현대자동차, 삼성, LG, 포스코 순으로 많았다. 비중은 SK 다음으로 포스코(21.84%), 현대자동차(21.64%), CJ(15.27%), 한솔(15.19%) 순으로 높았다.
포스코는 총매출액 감소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LG는 주력 회사의 매출 증가로 수직계열화된 회사 간 내부거래가 늘었다. 휴대폰 등의 매출 증가(2조7000억원)로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하이프라자와 부품을 제공하는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과 내부거래가 증가했다.
삼성은 내부거래 금액이 전년 32조5300억원에서 26조7400억원으로 줄었다. 비중도 14.75%에서 8.41%로 낮아졌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4월 삼성전자의 삼성디스플레이 분할로 내부거래가 4조3000억원 늘었지만, 삼성전자의 삼성광주전자·SEHF코리아 합병, 삼성디스플레이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스엘시디 합병으로 내부거래가 9조8000억원 줄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내부거래 비중은 서비스업에서, 금액은 제조업에서 높게 나타났다.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지적됐던 시스템통합(SI), 부동산업, 물류서비스업 분야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컴퓨터프로그래밍 및 SI는 내부거래 비중 59.96%, 사업지원서비스업 54.95%, 부동산업 54.1%를 기록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거래 금액이 큰 업종은 대부분 제조업 분야였다. 석유정제품(SK 등), 자동차 및 트레일러(현대차 등), 화학제품(LG 등)의 내부거래 금액이 높았다. 공정위는 상위집단이 주력산업으로 영위하는 업종의 내부거래 금액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집단 내 주력 계열사에 수직 계열화된 회사는 특성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모두 높은 회사는 주로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I, 광고대행 등 주요 세부업종은 특성상 여러 계열사와 내부거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총수나 총수 2세 지분율이 크게 높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SI, 광고대행 등 취약 분야에서 내부거래가 감소하고 있지만 감시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감소가 중소기업 등 비계열사의 일감 증가로 이어졌는지 확실하지 않은 만큼 관련 대안을 마련한다. 보안서비스 등 내부거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업종 감시도 강화한다. 또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내부거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공시하도록 해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