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전력량계에 이어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서도 담합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국전력이 발주한 ‘기계식 전력량계’ 입찰 담합을 적발한 데 이어 ‘전자식 전력량계’ 입찰에도 담합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는 6개 기업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전자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공정위의 ‘한국전력 발주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 구매입찰 참가 12개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11개 기업과 2개 관련 조합이 한전 입찰에 담합했다. 이 중 LS산전·일진전기·피에스텍·서창정보통신·위지트·남전사 등 6개사를 검찰 고발할 방침이다. 이 밖에 나머지 5개 기업과 2개 조합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 2008·2009년 한전이 발주한 전자식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에 사전 합의했다. 이를 위해 서창과 한전 지하실 휴게실 등에서 지속적인 모임을 갖고 물량 배분 등의 협의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차주 내부절차를 거쳐 이들 담합 업체에 대해 검찰 고발조치 등을 취할 계획”이라며 “국가사업 발주처에 따라 앞으로 사업의 입찰 참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공정위는 14개 전력량계 제조사와 2개 전력량계 조합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13억원을 부과했다. 이번 전자식 전력량계와 같은 방식으로 이들은 전력량계 역시 지난 17년 동안 한전이 매년 발주한 기계식 전력량계 연간단가 구매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고 투찰가격에 합의했다.
전력량계 제조사는 사전에 기업별 물량과 투찰가격을 정한 합의서, 투찰안 등을 작성해 실행에 옮겼다. 이들은 또 신규업체 등장으로 물량 배분이 어려워지자 중소 전력량계 제조사로 구성된 제1, 제2 전력량계조합을 2009년 설립해 담합 창구로 활용했다. 각 조합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조합, 비조합사 등과 물량 배분 등을 합의한 후 조합 이름으로 입찰에 참여해 합의된 물량을 수주했고 수주한 물량을 조합 내부에서 재분배했다.
담합 제재를 받은 이들 업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76조(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에 따라 앞으로 국가사업 참여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올해 한전 AMI용 입찰은 물론이고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과 보급 사업에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발표 예정인 한전 전자식전력량계 입찰담합 조치 예정(안)>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