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이 벌써 한국을 협력사로 거느리다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한국산 사파이어 소재를 찾는다. 사파이어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고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광을 받는 소재다.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제품에 이어 최근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오래 전부터 걱정했던 일들이 현실화하는 느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한국 기업들을 협력사로 거느리는 게 드디어 목전에 다가왔다. 특히 사파이어는 아직 우리나라 기업들도 사실상 상업화하지 못한 첨단 소재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욱 크다.

샤오미와 화웨이는 최근 국내 소재 업체들과 카메라 커버 및 글라스용 사파이어 소재 구매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양산 스마트폰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 협력사를 찾는 이유는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다. 자국 내 협력사보다 품질은 낫고 일본 기업보다 가격이 좋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도 사파이어 소재를 적극 검토했지만, 결국 외면했다. 사파이어 소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데다 공급망이 불안하다는 이유다.

한국은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을 중심으로 핵심 원자재인 사파이어 소재 국산화를 일찌감치 서둘러 왔다. 다른 첨단 소재와 비교해 이 분야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정작 수요처인 국내 스마트폰 대기업이나 LED 업체들은 제 살길이 급급한 형편이라 후방 산업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결국 생존이 관건인 상황에서 사파이어 소재 업계는 중국이든, 어디든 고객사만 있다면 기술도 다 내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얼마든지 이해할 만할 시장 현실이지만 안타깝기 그지없다. LED 사파이어 소재만큼 한국 제조업이 출발부터 후방 산업의 기초 체력을 길렀던 분야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후방 산업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지 새삼 각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