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소프트웨어]<1>사람을 닮아가는 SW

인터넷과 이동통신 기술에 이어 소프트웨어(SW)가 정보통신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강장에도, 아이들의 학교, 비행기에도 SW가 있다. 보잉기 가격의 40%가 SW가 차지하며 군수·항공 개발원가 51.4% 역시 SW개발비용이다. 자동차 52.4%, 가전산업 54.3%, 의료사업 40.9%가 SW비용이 차지한다. 흥행 신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 역시 SW를 등에 업고 있다. 제작진은 ETRI 연구소 기업과 함께 8척의 실물 배를 제작한 뒤 SW를 통해 영화 속에서 300여척의 일본 배를 표현했다. 정치 분야에도 SW가 정치인의 당락을 좌우한 사례가 있다.

이른바 SW가 세상의 핵심역할자로 자리매김했다. 3회에 걸친 기획으로 SW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소개한다.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도 함께 고민해본다.

지난 2011년 애플은 사람과 대화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리’를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같은 해 또 하나의 SW가 등장한다. 바로 IBM의 ‘왓슨’이다. 왓슨은 퀴즈대결 방송 프로그램에서 승리하며 세상에 이목을 사로잡았다.

시리와 왓슨은 SW기술의 비약적 진보를 보여준 대표적 결과물이다. 다른 변화도 불러왔다. 기존 SW는 스프레드시트 엑셀, 워드프로세서 한글,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 등과 같이 고유 기능을 상징하는 단어로 이름 짓는 게 일반적이다. 시리와 왓슨은 이와 달리 SW에 사람과 유사한 이름을 붙이는 변화를 이끌었다.

SW는 컴퓨터를 동작하기 위해 탄생했다. 복잡한 기계를 쉽게 사용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했다. 운용체계는 사용자에게 쉽게 컴퓨터를 활용토록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복잡한 경영정보를 전산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가 개발됐다.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복잡한 정보를 저장·관리하는 등 사람의 일 일부를 대체하고 사람을 닮아온 것이 SW 역사다.

사람을 닮아온 SW가 이제는 사람의 지능을 모방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대표적으로 인류 난제인 다국어 동시통역이 SW를 통해 서서히 실현된다. 스스로 지식을 학습하고 문제를 풀거나 사람처럼 영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SW도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자동차 등 사람만이 가능했던 일들에 SW가 도전을 시작했다. 인간을 닮아가는 이 SW기술은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인공지능에서 주목받는 분야는 ‘영상 이해’와 ‘언어 이해’다. 영상 이해는 디지털 영상을 보고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다. 사진에 몇 명의 사람이 있는지 알아내거나 사진 속 인물 나이·성별을 맞추는 등 시각 지능에 해당한다. 영상이해 분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반면에 자동 통번역, 지식처리·추론 등 언어 이해 분야는 빅데이터 기술과 접목하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지원으로 언어 관련 인공지능 SW에 대한 기술개발이 진행됐다. 그 결과 언어 이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들이 도출됐다. 언어장벽을 극복하는 자동통역 SW ‘지니톡’이 개발돼 스마트폰을 통한 국경 없는 소통을 실현하고 있다. 올해 한-중-일-영 자동통역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에 시범적용될 예정이다. 인공지능을 적용해 언어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SW ‘지니튜터’도 있다. 사람처럼 대화하며 영어회화를 학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지난 2013년 시작된 엑소브레인SW는 인간처럼 스스로 지식을 학습해 자연어로 기술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언어이해 지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사람의 시각인지 체계를 SW로 실현하는 기술개발도 올해부터 시작됐다. CCTV·블랙박스·위성영상은 물론이고 각종 스마트 기기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영상을 분석·이해하는 SW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만든, 사람처럼 생각하는 SW다. 그 동안 인공지능 실현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성능을 확보할 수 없어 작은 응용분야에 한정됐던 기술이다. 이제는 필요한 컴퓨팅 성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산되면서 컴퓨팅 자원 한계를 극복하는 토대가 마련된 것은 과거 실패를 극복하는 시기가 됐음을 증명하고 있다.

ETRI 관계자는 “사람이 만든 기계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과 유사한 언어로 프로그래밍해 동작하는 것이 SW”라며 “사람이 하는 일을 모사하면서 발전해 온 SW가 이젠 진짜 사람처럼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SW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