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인증제도를 필수과목 선택을 대학 재량에 맡기는 쪽으로 바꾼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이 내용을 골자로 새 인증기준을 마련해 내년 시행한다. 과도한 평가 항목을 간소화하거나 없앴다. 성취도 평가도 학과별 특성에 맞게 개선한다. 대학 교육을 받는 동안 전공과목에 집중하도록 해 졸업 후 곧바로 실무에 투입하더라도 쉽게 적응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2000년 이 제도 도입 이후 획기적 변화다. 결론적으로 바람직한 시도다.
그간 공학인증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인증을 받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갖출 지식과 덕목이 무엇인지 안다. 문제는 인증을 받은 사람마저 취업한 기업에서 다시 교육을, 심지어 기초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증제 자체에 의문이 생길 정도로 공학교육과 현실이 따로 놀았다는 얘기다.
물론 인증 교육 자율성을 맡기는 게 능사가 아니다. 이전보다 쉽게 받는다면 제도 자체 근간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할 지라도 인증제도가 교육에 스며들기는커녕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에 몰아 수강할 정도로 의미를 상실했다면 빨리 개선해야 한다. 새 인증제가 적어도 실효성을 높일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인증제란 자격 획득에 필요한 요건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제시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별도 시험을 추가한다는 인식만 확산시켰다. 학과별로 획득이 필요한 자격 외에 필요하지 않은 교육까지 억지로 받아야 했다. 전공과 학과마다 스스로 알아서 딸 일에 괜한 부담만 가중시켜 본연의 교육까지 방해한 셈이다. 그 결과 ‘시험을 위한 시험‘으로 전락했다. 정작 이를 믿고 고용한 기업의 재교육 부담은 되레 늘어났다. 제도 취지는 사라지고 형식만 남았다.
공학인증제는 현실과 접목한 공학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자고 나온 제도다. 아카데믹 함정에 빠지지 말자고 만든 제도가 새 아카데믹을 만든다면 곤란하다. 개선 요구가 높았던 이유다. 인증제 개선이 실효를 거두려면 그간 대학 교과과정 전반을 다시 뜯어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공은 대학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