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중국 레이싱카 수십여대가 영암벌을 수놓았다. 국내 경기에선 보기 드문 치열한 몸싸움과 순위다툼은 큰 볼거리 중 하나로 꼽혔다.
24일, 한-중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일환으로 중국 투어링카 챔피언십(CTCC) 5차전이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에서 펼쳐졌다. CTCC 시리즈는 올해 10주년을 맞은 중국 대표 모터스포츠 대회로, 중국 외 지역에서 대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중국 대회가 열린 것도 처음이다.
▲배기량 1,600cc급 엔진에 터보차저 여부로 클래스 나뉘어
CTCC는 최고출력 330마력의 배기량 1,600cc급 터보 엔진을 장착한 `슈퍼프로덕션 클래스`와 140마력의 배기량 1,600cc급 경주차들이 출전하는 `차이나프로덕션 클래스` 등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이날 총 12개 팀에서 32명 중국 선수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엔 글로벌 카메이커들이 대거 팀을 꾸려 출전하고 있으며, 대부분 이번 5라운드에 출전했다. 슈퍼프로덕션 클래스엔 창안포드(포커스), 상하이폭스바겐(폴로 GTI), 동펑위에다기아(K3s) 레이싱팀이 대표적이고 식품회사 스추잉의 군성 레이싱팀(SCY 갤럭시 레이싱팀)이 쉐보레 크루즈로 이에 맞서는 중이다. 차이나프로덕션 클래스에선 베이징현대, 광치토요타, 중국 토종 브랜드 베이징자동차의 레이싱팀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 홍콩과 마카오 등에서 활동하는 레이싱팀도 함께 영암 F1 서킷을 찾아 레이스를 펼쳤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공식 타이어 스폰서로 금호타이어가 참가해 기술력을 알리는 중이다.
▲레이스, 그 자체로 보는 즐거움을…
경기는 시종일관 박진감이 넘쳤다. 고배기량 머신들이 힘 대결을 펼치는 게 아니라 소형 경주차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순위 다툼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후부터 쏟아진 비로 미끄러워진 서킷 노면과 선수들의 열정이 더해져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코너에선 뒤따라오던 차와 충돌하는 건 기본, 사고에 휘말려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 속출했다. 때문에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섣불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고, 주먹을 꼭 쥔 손엔 어느덧 땀이 흥건했다. 현장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들과 대회 관계자들도 선수들의 아슬아슬한 경기운영에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슈퍼프로덕션 클래스에선 스추잉 군성 레이싱팀(SCY 갤럭시 레이싱팀)의 장즈챵(张志强) 선수가 랩타임 2분25초554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우승컵을 끌어안았다. 2위와 3위는 창안포드팀의 시에신저(谢欣哲)와 어우양뤄이(欧阳若曦) 선수로 나란히 포디엄에 올랐다.
차이나프로덕션 클래스 결승전은 두 번에 나눠 치러진다. 첫 경기는 5랩. 1위에게 15포인트가 주어진다. 16분31초154를 기록한 베이징자동차 주후안(朱胡安) 선수가 1위를 차지했고, 베이징현대의 추이위에(崔岳), 광치 토요타 완춘진(万存金) 선수가 뒤를 이었다. 두 번째 경기는 4랩이며, 우승자는 10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베이징현대 리우양(刘洋), 베이징자동차 주후안, 광치토요타 허즈지엔(何子贤) 순으로 체커기를 받았다.
중국에서 방문한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번 경기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며, 한국과 중국 모터스포츠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갈 것을 기원했다. CTCC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수준인 영암 서킷에서 경기를 개최하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양국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의 모터스포츠 문화를 이해하고 경기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암(전남)=차재서 RPM9 기자 jscha@etnews.com